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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눌렀더니 집까지 수색…'SNS 탄압' 유독 심한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만으로 집 수색을 당했어요”

히잡 미착용 문제로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반(反)정부 시위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도시 곳곳에서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관련 소셜미디어(SNS) 게시글에 좋아요 표시를 했다 경찰에 수색 당한 한 현지 매체 소속 기자의 인터뷰 내용이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테헤란의 한 기자는 “트위터에서 시위 관련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만으로 집 수색을 당했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자는 “게시글을 공유했다가 직장에서 잘렸다”며 “다행히 복직했지만, 그들(친정부 세력)이 시키는 대로 (글을) 써야 한다. 그들은 시위에 대한 뉴스가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퍼뜨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폭로하기도 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글을 공유하거나 취재해 체포된 언론인은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잡을 안 써 체포된 여성 의문사 사건을 보도하는 이란 일간지. EPA=연합뉴스

히잡을 안 써 체포된 여성 의문사 사건을 보도하는 이란 일간지. EPA=연합뉴스

히잡 착용 문제로 경찰에 끌려갔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유족을 취재하고 사진을 공개한 닐루파르 하메디 기자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감옥에 끌려갔다. 사진 handout 캡처

히잡 착용 문제로 경찰에 끌려갔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유족을 취재하고 사진을 공개한 닐루파르 하메디 기자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감옥에 끌려갔다. 사진 handout 캡처

특히 현지 일간 ‘샤르그’ 소속 기자인 닐루파르 하메디는 지난달 22일 정치범이나 반정부 인사가 주로 끌려가는 에빈 교도소의 독방에 감금됐다. 아미니의 입원 소식을 최초로 알린 뒤 그의 부모가 병원에서 껴안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른바 ‘SNS 탄압’은 올해 시민들의 반발로 들썩였던 중국과 스리랑카 등에서도 일어났다.

“독재자를 제거하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를 공식화하는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불과 사흘 앞둔 지난 13일,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과 그의 정책에 반대하는 SNS 글들이 정부 검열로 삭제됐다.

이날 CNN에 따르면 트위터에는 베이징 북서쪽 주요 도로의 고가도로에 시진핑 주석의 가혹한 제로 코로나 정책과 권위주의 통치에 항의하며 “독재자를 제거하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 2개가 걸려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게시됐다. 고가도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시위 구호의 음성 녹음도 담겨 있었다.

블룸버그 통신도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微博)에서 14일 한 때 베이징의 영문 표기인 ‘Beijing’이라는 검색어조차 차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13일 오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북서쪽으로 약 9㎞가량 떨어진 쓰퉁차오(四通橋·Sitongqiao)에서 벌어진 시진핑 국가주석 비난 현수막 시위. 사진 자유아시아방송 페이스북 캡처

13일 오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북서쪽으로 약 9㎞가량 떨어진 쓰퉁차오(四通橋·Sitongqiao)에서 벌어진 시진핑 국가주석 비난 현수막 시위. 사진 자유아시아방송 페이스북 캡처

현지 네티즌들은 전장에 홀로 나선다는 내용이 담긴 중국 팝 히트곡 '외로운 전사'를 공유하며 시위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SNS 글들은 짧은 시간 내 삭제됐다.

“시민 통행금지령 이어 SNS 접근 제한”

지난 4월 스리랑카에서 1948년 독립 후 최악의 경제난이 발생해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스리랑카의 올해 총부채 상환 예정액은 70억 달러(8조5000억원)지만, 외화보유액은 20억 달러(2조4000억원)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극한의 상황이었다. 식품, 의약품, 종이 등 필수품 등을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분노한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수도 콜롬보는 물론 도시 곳곳에서 횃불을 들고 행진에 나서자 정부는 시민 통행금지령에 이어 SNS까지 차단하는 지침을 내렸다.

지난 4월 9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

지난 4월 9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

스리랑카 언론과 외신은 글로벌 인터넷 감시단체인 넷블록스 등을 인용해 같은 달 3일 스리랑카 내에서 SNS 플랫폼에 접근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넷블록스에 따르면 스리랑카  전역에서트위터, 페이스북, 왓츠앱,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 대한 접근이 차단됐다.

스리랑카 통신규제위원회는 현재 매체 아다데라나에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일시적으로 SNS 접근 제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확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 현장을 취재하고 사진을 촬영한 기자 5명이 경찰에 구금돼 고문을 당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대중문화평론가들은 이 같은 ‘SNS 탄압’은 SNS의 특성인 접근성과 대중성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SNS는) 전 세계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순간적으로 생각과 논리적인 뉘앙스를 전달한다”며 여론 형성과 선동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설명했다. 예로 이란의 ‘단발’ 시위는 유명인들이 연대하며 더욱 확산됐고 영국, 뉴욕, 스웨덴 등 각국에서도 지지가 이어졌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틱톡,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을 통해 시각적인 자극을 전달해 높은 공감을 형성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고 확산 속도가 빠르다“며 “‘가장 성능 좋은 확성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검열이 유독 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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