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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흡연 수준"...가스레인지 사용후 환기 시켜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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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레인지(가스 스토브)에서 파란 불꽃이 일고 있다. 가스 레인지를 사용하는 동안은 물론 끈 다음에도 도시가스가 새 나올 수 있고, 거기에는 벤젠 등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 AFP=연합뉴스

가스 레인지(가스 스토브)에서 파란 불꽃이 일고 있다. 가스 레인지를 사용하는 동안은 물론 끈 다음에도 도시가스가 새 나올 수 있고, 거기에는 벤젠 등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을 수도 있다. AFP=연합뉴스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의 실내 공기가 발암물질인 벤젠에 오염돼 간접흡연을 하는 것만큼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발표됐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의 에너지 연구기관인 PSE 헬시 에너지(Healthy Energy)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지역 159개 주거용 천연가스 스토브(레인지)·오븐의 가스 누출에 대한 조사 결과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국제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20년 현재 전체 가구의 88%(1150만 가구)가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이들의 70%는 가스레인지나  가스 오븐 등으로 요리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캘리포니아 연 310㎏ 벤젠 실내 누출

가스 레인지에서 배출되는 가스 중에는 벤젠도 포함돼 있는데, 벤젠은 백혈병 위험을 높이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AFP=연합뉴스

가스 레인지에서 배출되는 가스 중에는 벤젠도 포함돼 있는데, 벤젠은 백혈병 위험을 높이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AFP=연합뉴스

연구팀은 185개 공기 시료를 채집해 12가지 유해 대기 오염물질을 분석했는데,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제외한 벤젠·톨루엔·에틸벤젠 등 '비(非) 메탄 휘발성 유기화합물(NMVOC)'의 농도는 개별 물질에 따라 1.6~25 ppmv (ppmv=부피 비율로 100만분의 1을 의미)로 측정됐다.

많은 NMVOC는 미세먼지나 광화학 스모그를 일으키는 오존의 발생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인체 건강에 유해한 것으로 밝혀져 미국 대기청정법에 따라 유해 대기오염 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백혈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발암물질인 벤젠의 경우 전체 시료의 99%에 검출됐고, 평균 농도 범위
는 0.7~12 ppmv로 측정됐다.

이 같은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하면 가스레인지와 가스 오븐 등에서 가정 실내로 누출되는 벤젠의 양은 캘리포니아 전체로 연간 310㎏에 이르고, 가스레인지 등이 꺼져 있는 상태에서 지속해서 누출되는 것도 연간 63㎏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포함해 천연가스의 저장과 수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벤젠의 양은 캘리포니아 주 전체로 따지면 연간 420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소형 휘발유 차량 6만 대에서 매년 배출하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기준 초과하는 벤젠 검출도 

가스 레인지 등에서 누출되는 가스 시료를 채취 분석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가스 레인지 등에서 누출되는 가스 시료를 채취 분석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특히, 가스 레인지와 가스 오븐 등에서 가정 실내로 천연가스가 누출되면서 실내 공기 중의 벤젠 농도는 캘리포니아 환경 건강 위험 평가국(OEHHA)가 제시한 8시간 노출 권고 기준인 0.94 ppbv(ppbv=부피 비율로 10억분의 1)을 초과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이 모델 분석한 결과를 보면, 로스앤젤레스 지역 가정의 벤젠 농도는 8시간 권고 기준의 38~126% 범위에 들어가고, 샌프란시스코 북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 기준의 700%에 이르기도 했다.

연구팀은 "누출 속도가 높고 환기가 잘 안 되면 이 권고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며 "이 기준을 초과한다는 것은 실내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런 결과를 보면,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국내 가정에서도 벤젠 등 유해물질로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할 전망이다.

한편, 캘리포니아 75개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성적이고 낮은 수준의 누출이 감지되지 않은 채 일어날 수 있고, 이는 전체 천연가스 메탄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가정 내 가스레인지 등에서 발생하는 가스 누출량의 75% 이상이 꺼져 있는 동안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천연가스 누출로 인한 오염 문제를 줄이기 위해 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용광로와 온수기 판매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또, 새로 짓는 주택에 천연가스 시스템을 연결하는 데 대한 보조금을 폐지해서 전기 사용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California Energy Commission)는 전기레인지를 사용하는 건물과 가스레인지 사용 건물에 서로 다른 환기 기준을 요구하고, 이런 내용을 반영한 2022 건물 에너지 효율 표준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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