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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한옥 창문으로 ‘산멍’하니 시간이 순삭…가회동 지우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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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박나니의 한옥 이야기(6)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고 있다. 회색빛 바다와도 같은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가 이런 주거 방식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훨씬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우리의 전통 한옥에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전통적이라고는 하나 요즘 한옥은 한옥의 외관은 유지하되 내부는 현대적인 생활방식에 맞춰 변한 한옥이 많다. 한옥 이야기는 지난 2019년 발간된 책『한옥』에서 다루고 있는 한옥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본채보다 약간 높은 곳에 지어진 다실(茶室)은 집 전체에서 가장 조용하고 개인적인 공간들로 연결되어 있다. 집 전체는 지면보다 약간 낮게 자리 잡고 있지만, 다실은 지면과 수평을 이룬다. 다실 앞에는 낮고 좁은 툇마루가 놓여 있다. [사진 이종근]

본채보다 약간 높은 곳에 지어진 다실(茶室)은 집 전체에서 가장 조용하고 개인적인 공간들로 연결되어 있다. 집 전체는 지면보다 약간 낮게 자리 잡고 있지만, 다실은 지면과 수평을 이룬다. 다실 앞에는 낮고 좁은 툇마루가 놓여 있다. [사진 이종근]

지우헌

서울 가회동 언덕 꼭대기에 있던 한옥 두 채를 합쳐 새로 지어진 지우헌은 3년여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지우헌은 한국 전통 건축 양식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고 거기에 현대적인 멋을 가미하기 위해 옛 기와나 옛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해서 2011년에 완공됐다. 지우헌은 집주인의 소신과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하려는 노력이 함께 깃들어 있는 의미 깊은 장소다.

한국의 전통적 방식 그대로 지어진 이 주택에서는 각 공간이 서로 다른 용도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넓은 마루는 글쓰기와 공부를 위해 개방된 공간이다. [사진 이종근]

한국의 전통적 방식 그대로 지어진 이 주택에서는 각 공간이 서로 다른 용도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넓은 마루는 글쓰기와 공부를 위해 개방된 공간이다. [사진 이종근]

한옥 건축에는 다양한 공예품과 예술적 기술이 필요하다. 목공예, 석공예, 벽돌 공예, 금속 가공, 기와 제조 기술, 한지 제조 기술 등 다양한 수공예 기술이 요구된다. 한옥 건축은 전통 수공예의 맥을 잇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한옥이 없다면 해당 수공예에 대한 수요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다이닝룸과 이어져 있는 주방은 비공식적이고 친근한 모임들이 주로 열리는 넓고 안락한 공간이다. 높게 트인 한옥 특유의 천장과 맞물려 이곳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은 의미가 깊어진다. 나뭇가지들로 조합된 창의적인 형태의 조명은 이 공간을 채우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긴 목재 테이블 위로 늘어져 이 아름다운 장소에 몽환적인 색채를 더한다. [사진 이종근]

다이닝룸과 이어져 있는 주방은 비공식적이고 친근한 모임들이 주로 열리는 넓고 안락한 공간이다. 높게 트인 한옥 특유의 천장과 맞물려 이곳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은 의미가 깊어진다. 나뭇가지들로 조합된 창의적인 형태의 조명은 이 공간을 채우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긴 목재 테이블 위로 늘어져 이 아름다운 장소에 몽환적인 색채를 더한다. [사진 이종근]

지우헌의 외부 공간 디자인은 전통 한옥과 비교해볼 때 상당히 독특한 편이다. 기와 대문으로 들어가 오른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한옥 두 채 사이의 마당에 이르게 된다. 마당 위에는 유리로 만든 천장이 설치되어 있어 비가 오는 날에도 마당을 사용할 수 있다.

옻칠 전문가 전영보(Yongbok Jeon)이 만든 붉은색 현대식 수납장은 고급스러운 전통 옻칠 가구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전통 옻칠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습기와 병충해를 막아주는 기능적 요소도 함께 갖추고 있다. [사진 이종근]

옻칠 전문가 전영보(Yongbok Jeon)이 만든 붉은색 현대식 수납장은 고급스러운 전통 옻칠 가구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전통 옻칠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습기와 병충해를 막아주는 기능적 요소도 함께 갖추고 있다. [사진 이종근]

대문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침상원(선큰 가든, Sunken Garden)처럼 안채 아래에 위치한 넓은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이 장소의 오른쪽에는 집주인이 판소리를 연습하는 반지하 공간이 있다. 계단 바로 앞의 초석 위에는 누마루가 놓여 있으며, 누마루 한복판에 위치한 목재 탁자는 무더운 여름날에도 시원하게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다른 전통 한옥들과는 달리 이 주택에는 붙박이장 등 다양한 현대적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사진 이종근]

다른 전통 한옥들과는 달리 이 주택에는 붙박이장 등 다양한 현대적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사진 이종근]

지우헌은 새롭게 개조된 한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전통적 디테일을 갖추고 있다. 이 디테일은 집주인의 디자인과 장인정신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아울러 지우헌은 풍수지리 또한 하나의 디자인이라는 집주인의 신념에 따라 두 번에 걸쳐 개보수되었다. 집안 곳곳의 벽장 문에는 화훼영모화를 그려넣는 등 한옥 전통 양식에 맞춰 멋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취향에 따라 개폐가 가능한 다실의 창과 문들은 다실을 여름철에는 외부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겨울철에는 친밀감을 높여주는 밀폐 공간으로 바꾸어준다. 일반적으로 한옥의 창과 문들은 2, 4, 6, 8 식의 짝수 개수에 맞추어 제작된다. 다실에 있는 네 쌍의 문 가운데 중앙 문들은 양쪽으로 열리는 미닫이문이다. 다실은 세 면이 단순한 격자무늬 문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이 문을 열면 바로 툇마루로 나갈 수 있다. 조명`가구 디자이너 홍동휘(Donghui Hong)가 디자인한 다실 탁자는 한쪽 끝이 나무로 되어 있고 다른 한쪽은 커다란 돌로 지탱된다. 목재와 석재의 조합은 이 한옥의 세련된 환경에 소박함을 더해준다. [사진 이종근]

취향에 따라 개폐가 가능한 다실의 창과 문들은 다실을 여름철에는 외부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겨울철에는 친밀감을 높여주는 밀폐 공간으로 바꾸어준다. 일반적으로 한옥의 창과 문들은 2, 4, 6, 8 식의 짝수 개수에 맞추어 제작된다. 다실에 있는 네 쌍의 문 가운데 중앙 문들은 양쪽으로 열리는 미닫이문이다. 다실은 세 면이 단순한 격자무늬 문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이 문을 열면 바로 툇마루로 나갈 수 있다. 조명`가구 디자이너 홍동휘(Donghui Hong)가 디자인한 다실 탁자는 한쪽 끝이 나무로 되어 있고 다른 한쪽은 커다란 돌로 지탱된다. 목재와 석재의 조합은 이 한옥의 세련된 환경에 소박함을 더해준다. [사진 이종근]

또한 마당을 바라보는 기둥에는 한자로 쓰인 글귀들이 걸려 있다. 이는 예부터 선인들이 대구가 되는 글귀를 써서 붙이던 ‘주련(柱聯)’이라는 전통 풍습으로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다. 이 집에서 무엇보다 빼어난 점은 다이닝룸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식탁이다. 식탁에 앉으면 맞은편에 가로로 긴 다이닝룸 창문이 펼쳐져 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인왕산과 길게 늘어진 처마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주택 아래쪽에 자리 잡은 좌식 공간은 시골집에서나 볼 수 있을법하게 널찍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무엇보다 전통 음악 연주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기도 하다. 지붕을 굳건히 떠받치고 있는 튼실한 기둥들은 하단 부분의 석재 받침으로 인해 물이나 흙과 닿지 않아 오랜 세월이 지나도 견고하다. [사진 이종근]

주택 아래쪽에 자리 잡은 좌식 공간은 시골집에서나 볼 수 있을법하게 널찍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무엇보다 전통 음악 연주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기도 하다. 지붕을 굳건히 떠받치고 있는 튼실한 기둥들은 하단 부분의 석재 받침으로 인해 물이나 흙과 닿지 않아 오랜 세월이 지나도 견고하다. [사진 이종근]

이 공간 내 판넬 형식의 독특한 천장은 현대식 한옥에서는 보기 드문 구조를 갖고 있다. 다실과 마찬가지로 한쪽에는 가구 디자이너 홍동휘(Donghui Hong)가 만든, 돌로 지탱되는 좌식 테이블이 놓여 있다. 한쪽에는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공간 분리와 함께 친밀감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낸다. [사진 이종근]

이 공간 내 판넬 형식의 독특한 천장은 현대식 한옥에서는 보기 드문 구조를 갖고 있다. 다실과 마찬가지로 한쪽에는 가구 디자이너 홍동휘(Donghui Hong)가 만든, 돌로 지탱되는 좌식 테이블이 놓여 있다. 한쪽에는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공간 분리와 함께 친밀감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낸다. [사진 이종근]

화강암 석재와 붉은색 벽돌 그리고 기와로 구성된 벽은 뒤편에 자리한 한옥의 건축 양식과 절묘하게 연결된다. 다실에는 전통적인 철제 화로와 주전자부터 현대적인 백자 다기(오른쪽 위)까지 다양한 종류의 다기가 비치되어 있다. 현대적인 꽃 장식은 식사 공간에 화려한 색채를 더해준다. [사진 이종근]

화강암 석재와 붉은색 벽돌 그리고 기와로 구성된 벽은 뒤편에 자리한 한옥의 건축 양식과 절묘하게 연결된다. 다실에는 전통적인 철제 화로와 주전자부터 현대적인 백자 다기(오른쪽 위)까지 다양한 종류의 다기가 비치되어 있다. 현대적인 꽃 장식은 식사 공간에 화려한 색채를 더해준다. [사진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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