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항공사 일했던 그, '이순신 덕후'로 만든 결정적 그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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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에 있는 목동까지 이순신을 알아야 해요.”
이순신 장군 알리기에 여생을 건 70대 ‘이순신 덕후’가 있다. “이순신은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하는 이인재(77) 여해연구소 이사장이다. 연구소 이름인 여해(汝諧)는 이순신의 자(字)로, “네가 있음으로서 화합하고 평화롭길 바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2020년『1592 이순신』이라는 책을 펴낸 이 이사장은 동국대학교 미래융합교육원 초빙교수로 이순신 강의를 하면서 만화가 안중걸씨와 함께『1592 이순신 레전드의 대화』라는 웹툰을 카카오페이지에 연재중이다. 사재를 털어 준비한 연극 ‘남해달빛’을 22일부터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 올린다. 40여년간 항공분야에서 일했다는 그는 어떻게 ‘이순신 덕후’가 되었을까.

20일 오후 서울 중구 여해연구소에서 이인재 이사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이 이사장은 이순신 장군을 통해 미래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했다. 전민규 기자

20일 오후 서울 중구 여해연구소에서 이인재 이사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이 이사장은 이순신 장군을 통해 미래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했다. 전민규 기자

40년간 항공사 근무…‘이순신 덕후’되다  

 이 이사장은 “일 때문에 80여개 국을 다니면서 박물관에는 꼭 들렀다”며 “여러 나라의 역사를 관심있게 들여다보면서 우리나라의 국난 극복의 역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고 그 중 임진왜란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 극복의 중심에 이순신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료되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순신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지도에서 400년 전 이미 사라졌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 지금 이대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 전 지인을 통해 알게된 이순신포럼에서 겪은 일이 이순신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잘못된 정보로 진행되는 강의를 보고 제대로된 자료를 마련해 직접 강의자로 섰다가 어떤 교수에게 ‘정식 교수도 아닌데 강의를 하냐’는 핀잔을 듣고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여해연구소에서 이인재 이사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이 이사장은 이순신 장군을 통해 미래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했다. 전민규 기자

20일 오후 서울 중구 여해연구소에서 이인재 이사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이 이사장은 이순신 장군을 통해 미래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했다. 전민규 기자

 그는 “포럼을 그만두고 교재를 보완해 당시 운영하던 6~7개 법인의 600~700명 직원들을 대상으로 1년에 10~20차례 교육을 했고, ‘이순신 전문가’로 입소문이 나면서 학교나 상공회의소의 초빙 강의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3년간 한 지역 언론사에 기고를 하게 되면서 이순신에 대한 몰입은 깊어졌다. 지난해 10월 창립한 여해연구소는 그 몰입의 결과였다. 이 이사장은 “국내 이순신에 대한 연구는 적지 않지만 양적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일본의 연구에 비해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며 “임진왜란을 국내 사료에만 기반해 보기보다는 일본과 중국 등 여러 국가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순신이 왜 좋나”라고 묻자 이 이사장은 “애민정신”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순신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를 구한 것”이라며 “당시 군사력을 볼 때 일본의 주요 타깃은 명나라였지만, 최종 목표물은 인도였다. 온 아시아가 불바다가 될 뻔 했지만 조선이 엄청난 피해를 보면서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순신 장군이 ‘자제력’도 큰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자신의 공로에 비해 임금이나 나라로부터 받은 혜택이 거의 없다”며 “임진왜란 당시 경제력이 약한 조선이었고 열악한 환경에서 전투를 했지만, 애민정신을 기반으로 우직하게 참고 해냈다”고 말했다

손자 마음 사로잡은 웹툰…연극까지 새로운 도전

2020년 7월부터 카카오페이지에 연재중인 웹툰 '1592 이순신 레전드의 대화'. 여해연구소 제공

2020년 7월부터 카카오페이지에 연재중인 웹툰 '1592 이순신 레전드의 대화'. 여해연구소 제공

 이 이사장의 최근 화두는 ‘이순신의 대중화’다. 할아버지 얘기를 듣는 것보다 휴대전화를 좋아하는 손자들을 보며 고민하다 시작한 게 웹툰『1592 이순신 레전드의 대화』다. 그는 “웹툰을 보며 손자들이 이순신에 관심을 갖게 돼 한산도와 진도 여행을 함께 갈 수 있었다”며 “이순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많지만 대중적 관심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연극 ‘남해달빛’ 역시 ‘인간 이순신’을 알리려는 또 다른 도전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민초들을 조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준비하는 데만 총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이순신이 활동한 주요 무대가 남해이기도 했지만, 이순신을 매일 뜨고 지는 해와 달 같은 존재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고 느껴 지은 제목이 ‘남해달빛’”이라고 말했다.

그가 초대 이사장으로 있는 여해연구소는 지난해 10월 동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산하에 설립됐다. 이순신 탄생 500주년인 2045년을 1차 목표연도로 해 학술 연구와 콘텐트 제작 활동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부산대첩비 건립, 한중일 학술교류 정례화, 김천손 마라톤대회 개최 등도 계획중이다. 김천손은 한산대첩 당시 이순신에게 왜군 진영의 정확한 정보를 알려 승리의 밑거름을 제공했던 목동의 이름이다.

연극 ‘남해 달빛’이 10월 22일부터 30일까지 동국대학교 내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남해 달빛은 임진왜란 7년 전쟁이 끝나는 해인 1598년 남해를 배경으로 노량해전을 앞둔 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해연구소 제공

연극 ‘남해 달빛’이 10월 22일부터 30일까지 동국대학교 내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남해 달빛은 임진왜란 7년 전쟁이 끝나는 해인 1598년 남해를 배경으로 노량해전을 앞둔 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해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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