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막에서 스키 탄다? 700조원 퍼부어 만드는 '무한도전' 도시 [지도를 보자]

중앙일보

입력

지도를 보자’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이곳은 어디일까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추가 정보를 드리자면,

힌트

① 아라비아 반도 북서부 홍해 인근에 조성되는 ‘제2의 두바이’
② 국내 건설업계가 1970년대에 이어 '중동 특수’ 기대를 품는 도시
③ 그리스어 ‘네오(NEO·새로움)’+아랍어 ‘무스타끄발(Mustaqbal·미래)’=OO

주변 지도를 살펴볼까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도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럴 수 있습니다. 아직 이 세상에 없는 도시이기 때문이죠. 중동의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가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 위에 서울(605㎢)의 44배에 달하는 초대형 신도시 ‘네옴시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9년 겨울아시안게임 예정

네옴시티는 지난 4일 ‘2029년 겨울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됐습니다. 서아시아지역에서 겨울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건, 1986년 삿포로에서 대회가 열리기 시작한 이래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으로 구성된 사우디는 ‘열사의 나라’입니다. 내륙지방은 연 평균 기온이 섭씨 32~38도에 달합니다. 네옴시티가 건설되는 북서쪽 타부크 지역이 겨울(12~2월)에 가장 춥다고 하는데, 평균 최저 기온이 섭씨 4~6도라고 합니다.

사우디에서 최초로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파이크 아브디가 지난 2월 13일 중국 베이징 인근 옌칭지구에서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 2차 주행에서 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에서 최초로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파이크 아브디가 지난 2월 13일 중국 베이징 인근 옌칭지구에서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 2차 주행에서 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러니 사우디가 겨울스포츠와 거리가 멀 수밖에요. 올해 초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스키 선수 파이크 아브디(25)가 사우디 사상 최초로 겨울올림픽에 참가했는데요.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에서 89명 중 44위를 기록했습니다. 메달권에선 한참 밀려났지만 사우디에서도 겨울스포츠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공을 높이 산 사우디 정부는 두둑한 격려금을 줬답니다.

700조원 퍼부어 미래 도시 건설

사우디가 사막에서 스키를 타는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된 건,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라지즈 알사우드(37·약칭 MBS) 왕세자가 지난 2017년 5000억달러(약 712조원)를 들여 이 세상에서 본 적 없는 미래형 신도시를 2030년까지 만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입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당시 한손엔 구형 2G폰을, 다른 한 손엔 최신형 스마트폰을 들고 "스마트폰 같은 완전히 새로운 도시가 사우디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네옴(NEOM)이란 이름은 새로움(new)을 뜻하는 그리스어(neo)와 미래라는 뜻의 아랍어(mustaqbal) 첫 글자를 더해서 탄생했습니다. 일각에선 ‘M’자가 왕세자 이름(Muhammad) 첫 글자에서 따 온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네옴시티에는 크게 세 가지 구역이 들어섭니다. 주거시설이 몰리는 직선도시 ‘더 라인’, 홍해에 조성되는 수상 산업단지 ‘옥사곤’, 고원지대인 자발 알-라우즈산에 개발되는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입니다.

네옴시티는 인공지능(AI) 기술로 기후를 제어하고 탄소 배출은 전혀 없는 친환경 에너지를 추구합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로봇 공룡, 인공 달 등 최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다는데요. 뉴욕타임스(NYT)는 꿈에나 나올 법한 유토피아라고 칭했습니다. 실제로 과학소설이나 할리우드 SF 영화에 나오는 미래형 도시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우디는 2045년까지 네옴시티 인구를 약 9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수도 리야드의 인구가 768만명인데, 이를 넘어서는 제1도시가 되는 거죠. 사우디 전체 인구가 약 3500만명 정도이니 4분의 1이 이곳에 살게 되겠네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겨울아시안게임은 트로제나에서 열립니다. 사우디는 이곳에 2026년까지 걸프 지역 최초로 야외 스키리조트를 만들 계획입니다. 백두산(해발 2744m)보다 조금 낮은 자발 알-라우즈산(해발 2580m)은 겨울에 기온이 섭씨 0도 이하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종종 눈이 내린다고 하지만, 그 양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1년 내내 야외 스키를 즐길 수 있게 한다니 결국 인공눈을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제2의 중동 특수’ 기대

네옴시티는 MBS 왕세자가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고안한 국가 장기프로젝트 ‘비전2030’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설·IT·관광 등 다양한 산업을 도입해 전체 인구의 70%인 30대 이하에게 양질의 일자리, 만족스러운 주거환경, 풍부한 즐길거리 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요. MBS 왕세자의 최고 치적을 위해 국가 전체가 발벗고 나서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빈압둘라지즈 알사우드 왕세자가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연례 슈라 평의회 회의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빈압둘라지즈 알사우드 왕세자가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연례 슈라 평의회 회의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한국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초 삼환기업이 사우디에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한 후 한국 기업의 중동지역 건설 붐이 일면서 ‘중동 특수’를 톡톡히 누렸죠. 네옴시티의 주요 인프라 구축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뛰어들면서 ‘제2의 중동 특수’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연내 방한이 취소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바로 다음달 초 4박6일 일정으로 사우디행을 추진하는 등 정부도 수주전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아직도 모래사막 "네옴은 허구"  

하지만 정말 사막에서 스키 타는 날이 올까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4일 "컴퓨터로 만든 이미지를 제외하고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스키 리조트에 겨울아시안게임을 유치해 놀라게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사업이 발표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네옴시티의 어느 구역도 제대로 지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사우디아라비아 북서쪽 홍해 인근의 네옴시티 공사 현장 모습이 담긴 위성 이미지. 사진 구글어스 캡처

지난 20일 사우디아라비아 북서쪽 홍해 인근의 네옴시티 공사 현장 모습이 담긴 위성 이미지. 사진 구글어스 캡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기자가 지난 7월 직접 네옴시티에 갔는데, 드넓은 모래사장에 ‘I ❤ Neom(아이러브네옴)’이란 조각상만 서 있고, 공사현장의 잔해물이 있는 고속도로에는 낙타가 거닐고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20일 구글의 위성 사진에는 황토색 사막에 구조물 몇채와 호텔 일부 뿐입니다. 네옴시티 현장의 한 관리자는 "아직도 여전히 계획만 세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20년까지 네옴시티 현장에서 일한 미국의 리조트 사업가 앤디 윌스는 "네옴시티는 허구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업비 2배 증가…미국은 외면 

네옴시티를 실제 완성하는 데는 기존보다 2배 많은 1조 달러(약 1400조원)가 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의 올해 예산(약 604조원)의 2배 이상입니다. 막강한 오일머니가 있지만 해외 투자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첨단기술 능력과 거대 자본이 있는 미국 등 서방의 도움이 절실하죠. 이 때문에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와 올 초 세계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에서 대형 투자자들을 초대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빈압둘라지즈 알사우드 왕세자(오른쪽)가 지난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빈압둘라지즈 알사우드 왕세자(오른쪽)가 지난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2018년 사우디 정부에 의해 암살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 이후, 인권을 중시하는 서방에선 네옴시티 계획에 미온적입니다. 건축 설계와 첨단 기술 등에서 자문을 맡고 있던 미국·영국 등 서방 관계자들이 줄줄이 떠났다고 합니다. 사우디가 최근 미국의 원유 증산 부탁을 거절하는 등 미국과 멀어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네옴시티 개발에 적극적인 파트너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MBS 왕세자는 네옴시티를 ‘나만의 피라미드’라고 했습니다. 수준 높은 기술을 사용해 21세기에도 칭송받는 피라미드처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첨단 기술로 네옴시티를 만들겠다는 뜻인데요. 겨울아시안게임 관계자들은 MBS 왕세자의 꿈이 이뤄지길 기원하는 쪽입니다. 겨울스포츠는 경기장 건설도 유지도 비싼 탓에 아시아에선 대회를 유치할 나라가 일본, 중국, 한국 등 손에 꼽힙니다. 개최 비용까지 커서 찬밥 신세가 된 터라 2017년 삿포로 대회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사우디가 덜컥 하겠다고 나섰으니 얼마나 반가울까요. 네옴시티 겨울아시안게임까지 앞으로 7년 남았습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