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년간 젤리만 팠다, 하리보의 이유 있는 고집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녕하세요. 브랜드 소개팅 전문 정세희 기자입니다. 여러분 BTS 뷔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뭔지 아세요? 싱글 앨범 콘셉트 클립에서 이걸 먹어서 난리가 났잖아요. 가수 성시경도 이 브랜드 그림 그리기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탔대요. 알고 보니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즐겨 먹은 간식이었다고 하더라고요. 힌트 드릴게요. 곰돌이 모양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젤리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으면 하루 1억개 이상 생산되고 있대요. 눈치채셨죠? 오늘 만나볼 브랜드는 무려 100년간 젤리 한 우물을 파며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구미 젤리의 원조, 하리보입니다.

하리보 골드베렌 이미지 [사진 하리보]

하리보 골드베렌 이미지 [사진 하리보]

껌 가고 젤리 시대가 왔다

하리보 얘기에 앞서 한국 젤리 시장을 좀 살펴볼게요. 젤리의 상위 시장은 ‘츄잉 푸드’ 시장인데요. 말 그대로 씹는 간식이에요. 젤리뿐만 아니라 껌, 캐러멜, 육포 등이 있죠. 그동안 츄잉 푸드 하면 사실 껌이었는데 이젠 달라졌어요. 젤리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거든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국 젤리 시장 규모는 2013년 693억에서 작년엔 3000억으로 급증했어요.

유통가에선 ‘껌 가고 젤리 시대 왔다’는 분위기가 퍼진지 꽤 됐다고 해요. 코로나 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많이 찾게 되고, 유튜브에서 젤리 먹방 등이 유행하면서 그 인기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많아요. 단무지, 삼겹살 젤리 등 다양한 모양의 젤리가 출시되면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얘기도 있고요.

흥미로운 분석도 있어요. 껌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계속 씹을 수 있어 가성비가 좋지만,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덜 팔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글로벌 젤리 기업들이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를 잠재력 큰 시장으로 보고 있대요. 최근 젤리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간식으로 떠오르면서 숙취 해소, 비타민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도 출시되고 있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요.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용기

자, 이제 하리보 얘기를 해볼게요. 하리보는 2014년 공식 수입된 이후 2년 뒤부터 매해 구미 젤리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지난 8월 기준 한국 시장 점유율은 43.4%로 거의 절반에 달하죠. 2위가 오리온 마이구미(13.3%), 3위가 트롤리(10.3%)예요. 소비자들은 구미 젤리 하면 하리보를 떠올린다는 거죠.

알고 보니 하리보는 창립된 지 100년이 넘은 장수기업이었어요. 더 놀라운 건 긴 세월 젤리 하나만 파고 있다는 거예요. 이 정도로 잘 나가면 다른 간식류도 하고 싶을 것 같은데 말예요. 우리나라만 해도 과자 파는 곳에서 젤리 만들고 아이스크림도 만들고 여러 가지 다 만들잖아요.

사업영역을 넓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니콜라이 카르푸조프 하리보 CCO(Chief Commercial Officer)는 “과자나 사탕은 우리보다 잘 만들 기업이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맡겨도 충분하다”면서“우리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과일 젤리를 생산하는 것’”이고 설명했어요. 앞으로도 하리보가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할 거래요.

초창기 하리보 곰 젤리에는 털이 있었다?

1922년 하리보 댄싱베어의 모습 [하리보 유튜브]

1922년 하리보 댄싱베어의 모습 [하리보 유튜브]

하리보의 시그니처는 곰돌이 모양인데요. 1922년 창립자 한스 리겔이 지역축제에서 곰이 춤추는 걸 보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대요. 당시 버전을 보면 털 모양도 있어서 진짜 곰 같아요. 이를 더 통통하고 작게 만든 것이 바로 지금의 ‘골드 베렌(Goldbren)’ 이에요.

골드베렌이 100살 생일을 맞아서 한국에서 최초로 생일 파티를 열었어요. ‘하리보 골드베렌 100주년 생일 기념전’이 서울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지난 13일 개막했거든요. 개막 하루 전인 12일, 전시를 기획한 피플리 이명호 기획자를 비크닉이 만나고 왔습니다.

웃음을 잃은 어른들을 위한 곳

[하리보 골든베렌 100주년 전시장 입구 모습 사진 피플리 김명호 기획자]

[하리보 골든베렌 100주년 전시장 입구 모습 사진 피플리 김명호 기획자]

[하리보 골든베렌 100주년 전시장 모습 사진 피플리 김명호 기획자]

[하리보 골든베렌 100주년 전시장 모습 사진 피플리 김명호 기획자]

전시회장을 들어가는 순간 젤리 덕후의 방이 펼쳐집니다. 보통 젤리 하면 어린이 간식이라고 떠올리기 쉬운데, 세련된 침대 이불이나 정돈된 책상을 보면 꼭 어른의 것 같기도 했어요. 알고 보니 기획자가 일부러 의도한 것이었어요.

“독일에서 허리 굽은 할아버지가 젤리 매대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울컥한 적이 있어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광경이었지만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어요. 어쩌면 쫄깃쫄깃하고 귀여운 이 간식은 어른들에게 더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가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가장 신경 쓴 건 사람들이 동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대요. “쿨한 게 힙한 것으로 통하는 요즘엔 소리 내 웃는 것이 어색해졌어요. 이곳에서만큼은 남의 눈치를 안 보고 마음껏 행복하게 웃길 바랐어요. 웃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이 될 수 있도록 곳곳에 재밌는 요소를 듬뿍 넣었습니다.”

실제 전시회에는 프로젝션 맵핑, 동작 인식 센서, 디지털 액자, 스톱 모션 등 다채로운 방식의 미디어아트가 펼쳐졌어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AR 체험, 미니게임, 기념사진 촬영 등의 인터랙티브 콘텐트도 만나볼 수 있었어요.

그가 전시회에서 가장 공들인 장소는 ‘야생 젤리 구역’이래요. 젤리가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나무에 맺혔다가 자연으로 뻗어 나간다는 이야기를 미디어 아트로 표현했는데요. 풀과 꽃 사이에 통통 튀기듯 움직이는 형형색색 젤리가 살아있는 듯했어요.

독일로 직접 날아가 손편지, 그렇게 성덕이 되었다

왼쪽부터 크리스찬 발만(Christian Bahlmann) 하리보 수석 부사장, 이명호 피플리 기획자, 코스타스 블라초스 (Kostas Vlachos )하리보 해외사업 총괄책임자, 차범근 전 축구감독, 정태문 피플리 대표 사진 이명호 기획자

왼쪽부터 크리스찬 발만(Christian Bahlmann) 하리보 수석 부사장, 이명호 피플리 기획자, 코스타스 블라초스 (Kostas Vlachos )하리보 해외사업 총괄책임자, 차범근 전 축구감독, 정태문 피플리 대표 사진 이명호 기획자

이 기획자가 하리보 전시를 처음 기획한 건 약 4년 전이라고 해요. 2018년 지인들과 전시회 아이템 회의를 하던 중 테이블 위에 있던 하리보 젤리가 눈에 들어왔대요. 원래 젤리를 좋아하던 그는 “이 치명적인 2등신이라면 남녀노소 좋아할 수밖에 없고, 100년간 지속한 에너지라면 이야깃거리도 많겠다”는 확신이 생겼대요. 다짜고짜 본사에 전시회를 함께 열자고 e메일을 보냈대요. 답장을 기다리던 그는 89세 할머니와 함께 직접 하리보 본사가 있는 독일로 떠납니다.

독일까지 갔지만 그는 결국 담당자를 만나지 못했대요. 아쉬운 마음에 직접 손편지를 써서 본사, 공장, 뮤지엄 등에 두고 왔대요.

‘하리보가 전 세계에 뿌린 행복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기회를 주세요. PS. 생애 마지막 여행이 될 저희 할머니와 함께 독일까지 왔는데 이 정성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

어떻게 됐냐고요? 무려 넉 달 만에 하리보 측에서 “곧 한국으로 가니 미팅을 하자”는 답장을 했대요. 하리보에서도 떠오르는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던 찰나에 반가웠던 거죠.

이 기획자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새삼 느낀 게 있대요. “그냥 보면 귀여운 곰돌이 젤리구나 싶을 수 있겠지만요. 그 안에는 독일 기업의 엄청난 장인 정신이 있었어요. 하리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느껴지는 자부심이 대단했거든요. 1.5센티 이 작은 젤리가 전시회를 채울 만큼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콘텐트를 제공하듯,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가며  

젤리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아요. 젤리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도 꾸준히 젤리의 팬이 된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사실, 어른들의 젤리 사랑에는 스트레스가 한몫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트레스 받으면 단 게 당긴다고 하잖아요. 이게 근거 없는 말이 아니더라고요. 단맛은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행복감을 주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나온대요. 그리고 씹는 행위는 자율신경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정신적인 만족을 준다고 하는데요. 저만 봐도 일이 안 될 때 젤리를 먹지, 일이 잘될 때 먹진 않거든요.
하리보가 1960년에 기존 광고 카피 ‘하리보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줍니다’에 ‘그리고 어른들도요’라고 추가한 건 신의 한 수인 것 같네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