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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서욱·김홍희 구속…'文정부 靑' 겨냥 수사 급물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원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은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격으로 피살·소각된 서해 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를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는 과정에서 허위공문서를 생산하거나 관련 첩보를 삭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대북 관련 사건에서 고위 공직자의 신병이 확보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 “증거 인멸 및 도망 우려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에서 자진 월북 조작 의혹을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에서 자진 월북 조작 의혹을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상우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2시께 “증거 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며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은 전날 오전 10시 서 전 장관을, 오후 2시엔 김 전 청장을 차례로 불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서 전 장관은 “혐의를 인정하느냐”, “합참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쓰도록 지시한 것이 맞느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김 전 청장 역시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법정으로 들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각각 3가지다. 서 전 장관에겐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청장의 영장엔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사자명예훼손 혐의가 들어갔다. 앞서 검찰은 “(두 사람의) 조사 태도와 행적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 씨가 사망한 지 이틀 후인 2020년 9월 24일 종합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자진 월북으로 결론을 정한 후 월북 가능성이 작았을 것으로 보이는 정보는 분석·검토하지 않았다. 해경 역시 같은 해 10월 22일 3차 수사결과 발표에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진 월북설에 힘을 실었다.

월북조작 ‘지시’ 靑 안보실 향하는 수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오른쪽)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2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오른쪽)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2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서 당시 의사결정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와 해경이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도록 지침을 준 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어서다. 당시 안보실 책임자는 서훈 전 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1차장 등이었다. 앞서 검찰은 이날 발부된 영장 청구 배경에 대해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이 각 기관의 “최고 책임자”임을 강조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국방부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첩보 60건을 삭제할 당시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국정원 역시 첩보 46건을 삭제한 정황이 감사원에 의해 밝혀져서다. 다만 피고발인들이 많은 데다, 수사팀 내 인력이 부족해 이들에 대한 소환 시기는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게 검찰 내부의 분위기라고 한다.

피해자 친형, 서욱에게 달려들기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피해자 고(故) 이대준 씨 형 이래진 씨가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빠져나가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 항의하다가 법원 직원들에 의해 제지당하고 있다. 뉴시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피해자 고(故) 이대준 씨 형 이래진 씨가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빠져나가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 항의하다가 법원 직원들에 의해 제지당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이 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찾아 영장전담 판사에게 유족 10명이 작성한 구속영장 발부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 씨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일어난 것이 아니라 고위 공직자에 의해 만들어진 비참한 사건”이라고 비판하고 영장심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는 서 전 장관에게 욕설하며 달려들기도 했다.

이대준 씨의 친딸은 “가족을 버리고 혼자 북한으로 가실 분이 절대 아니다”는 내용의 편지를 판사에게 제출했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 전 장관은 첩보 삭제 의혹에 대해 원본 정보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보안상 관련 있는 부서에만 열람 범위를 조정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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