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재명, 윤 대통령도 포함하는 특검 꺼내…주호영 “물귀신 작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0호 03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을 제안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을 제안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관련 의혹까지 포괄하는 특검 실시를 여권에 제안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대표의 대선자금을 정조준한 가운데 특검을 난국 돌파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이 대표가 지난 3월 대선후보 마지막 TV 토론에서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던 특검을 7개월 만에 다시 소환한 건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결백을 호소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도 논란에 끌어들이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당 지도부도 공세에 가세한 가운데 당내 일각에선 “옥쇄 투쟁으로 들어가는 외길 수순에 출구가 사라졌다”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불법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한 개도 받은 게 없다”며 “윤 대통령과 여당은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즉시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특검 제안의 명분으론 ‘민생’을 꺼냈다. “뿌리부터 줄기까지 사건 전모 확인은 특검에 맡기고 정치권은 어려운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고 총력을 다하자”면서다.

이 대표가 이날 대장동 특검을 제안했지만 실제 언급한 특검 수사 범위는 대부분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주임검사였던) 부산저축은행 수사 의혹과 이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의혹 ▶윤 대통령 부친 집을 김만배씨 누나가 구입한 경위 ▶화천대유 자금 흐름 진술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제기된 조작 수사와 허위 진술교사 의혹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총망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거부감도 강하게 드러냈다. 이 대표는 “파도 파도 나오는 게 없으니 이제 조작까지 감행하는 모양”이라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왜곡되고 정치 탄압과 보복 수사의 칼춤 소리만 요란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믿고 함께한 사람이다. 지금도 그의 결백을 믿는다”며 강한 신뢰를 보였다. ‘김 부원장을 통해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정식 후원금을 냈는지는 모르지만 법이 허용하지 않는 돈을 개인적으로 받은 일이 없다”고 답했다. 이후 이날 저녁엔 페이스북 글에서 “(김 부원장이) 지난해 대선 경선 때는 7월 9일 100만원을 후원했다가 8월 22일 그나마 반환받아 갔다”며 “그가 직전에 선거자금 수억원을 받았다면 겨우 100만원 가지고 이런 행동을 했을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이 대표 회견을 계기로 대대적인 강공에 나섰다. “정치 탄압을 중단하라”는 구호에서 더 나아가 윤 대통령 부부 등 여권 전체를 향한 공세로 태세를 전환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둘러싼 검찰 압수수색이 224건이나 되는 동안 김건희 여사 관련 압수수색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당도 성역 없는 수사 운운하고 있으니 떳떳하다면 김 여사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강경 노선과 달리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와 계속 한 몸으로 가는 게 맞는 길이냐”는 회의감도 번져 나가고 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지방 행정가 출신인 이 대표가 지금까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살아왔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당 전체가 ‘이재명 블랙홀’에 휩쓸려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검이 성사되기도 쉽지 않다. 특검법을 다루는 국회 법사위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패스트트랙을 쓰려 해도 비교섭단체 법사위원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령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무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이날 특검 카드를 꺼낸 건 특검 관철보다는 진영 결집이 목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특검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특검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특검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 기자회견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장동 사건 수사는 지난해 9월 본격화했는데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문재인 정부의 친정권 검사들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뭉개고 꼬리를 자르며 변죽만 울렸다”며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이 무려 40여 차례에 걸쳐 특검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피하다 정권이 바뀌고 수사가 제대로 되니 이제 와서 특검을 하자는 건 속이 뻔히 보이는 시간 끌기이자 수사 지연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관련 의혹을 특검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이 대표 주장에 대해서도 “물귀신 작전”이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오후 이 대표의 특검 주장에 대해 “이미 주 원내대표가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당내 중진 의원들도 가세했다.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궤변과 거짓으로 점철된 대국민 위증쇼”라고 반박했고,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대선 당시에도 이 대표가 겉으론 특검에 찬성하는 듯 쇼를 했지만 속내는 특검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이 국면 전환을 위해 사기를 쳤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을 분리 대응하는 ‘갈라치기’ 메시지도 쏟아졌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배가 흔들리는 걸 막기 위해 모든 배를 하나로 묶는 조조의 ‘연환계’가 생각난다”며 “이 대표가 옥쇄 전략과 연환계를 풀지 않으면 민주당은 이재명과 함께 침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3선 중진 의원은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총선을 앞두고 친문과 친명의 분화 속에 정계 개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