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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유도 괴물' 허미미, 2연속 그랜드슬램 우승...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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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한 재일교포 출신 유도 여자 국가대표 허미미(왼쪽). 사진 IJF

아부다비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한 재일교포 출신 유도 여자 국가대표 허미미(왼쪽). 사진 IJF

침체기에 빠진 한국 여자 유도에 '괴물'이 나타났다. 재일교포 출신 허미미(20·경북체육회)다.

허미미는 2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부다비 그랜드슬램 여자 57㎏급 결승에서 노라 자코바(코소보)를 골든스코어(연장전) 승부 끝에 누르기 한판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자코바를 상대로 허미미는 시종일관 낮고 깊숙한 다리 기술로 견제하며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경기 막판 지친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누르기로 우승을 확정했다. 도쿄 올림픽 이후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는 여자대표팀을 통틀어 선수는 허미미가 유일하다.

허미미(오른쪽)는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자코바를 꺾고 우승했다. 사진 IJF

허미미(오른쪽)는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자코바를 꺾고 우승했다. 사진 IJF

이로써 허미미는 올해 네 차례 공식 대회(국내 대회 포함)에 출전해 세 차례 우승하는 무시무시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6월 처음 출전한 국제 대회인 조지아 트빌리시 그랜드슬램과 지난달 23일 울산 전국체육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했다. 지난 9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세계선수권에선 5위에 머물렀지만, 8강에서 세계 1위 제시카 클림카이트(캐나다)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세계 랭킹 22위 허미미는 10위권 진입이 유력하다. 그는 5개월 전 첫 국제 대회 출전 당시만 해도 랭킹이 없는 무명 선수였다.

허미미는 올해 한국 유도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대형 신인이다. 지난 2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통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키 1m59㎝의 허미미는 밸런스가 좋고 힘도 뛰어난 편이다. 일명 ‘뽑아 메치기’로 불리는 강력한 업어치기가 주 무기다. 일본 특유의 기술 유도를 배워 한국 선수들이 약한 굳히기(조르기·꺾기·누르기) 실력도 탄탄하다. 유도계는 "경험을 쌓고 한국식 체력 유도를 더하면 세계 최강 일본을 위협할 선수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낸다.

올해 2월 처음 태극마크를 단 허미미. 사진 대한체육회

올해 2월 처음 태극마크를 단 허미미. 사진 대한체육회

허미미는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한국 국적, 어머니는 일본 국적이다. 조부모는 모두 한국 국적이다. 중3 땐 전 일본 중학 유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유도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공부도 잘했다. 현재 그는 일본 명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한국 행을 결심한 건 지난해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미미가 꼭 한국에서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허미미는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지난해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년)의 후손이다. 그의 현조할아버지다. 허석은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경북 지역에 항일 격문을 붙이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던 독립투사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경북 군위군에 순국기념비가 있다. 허미미는 기념비에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허미미는 다음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우승에 도전한다. 김경록 기자

허미미는 다음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우승에 도전한다. 김경록 기자

경북도는 이런 허미미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 중이다. 특히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허미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번 대회도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 경북도의 지원으로 나선 대회다. 허미미는 "세계선수권에서 입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번 그랜드슬램 우승으로 털어내서 기쁘다.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경북도와 체육회에 감사하다. 다음 달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잘 치러서 2022년을 멋지게 마무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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