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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가 부른 공급망 위기] 이상기후에 금융 안정성도 흔들…세계 각국 ‘그린스완’ 막기 비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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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호 09면

SPECIAL REPORT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의 금융 시장 안정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규제기구인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지난해 한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를 미국의 금융 안정성에 대한 ‘신흥 위협’으로 규정했다. FSOC는 “기후와 관련된 재정적 위험이 즉시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금융 규제 시스템에 기후 위기관리를 통합할 것을 주장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커지자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산업계의 손실이 커지면 금융기관이 타격을 받아 결국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융연구원이 내놓은 ‘그린스완(Green Swan)이 보험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자연재해 발생 건수(820건)는 1980년(249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보고서는 “자연재해 증가로 물리적·배상책임 등의 측면에서 금융안정성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스완

2020년 1월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녹색 백조라는 의미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금융의 위기를 일컫는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금융위기를 가리키는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파생한 말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몰고 올 충격을 의미한다.

실제 보험업의 경우 이상기후 영향으로 갈수록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글로벌 재보험사인 스위스 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보험사는 기후 관련 피해로 총 1011억 달러(약 145조4166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는 2020년 대비 13.5%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호주와 캐나다는 우박으로 각각 10억 달러 이상 보험 손실이 발생했고, 북유럽에서는 2월 겨울 폭풍으로 인한 홍수와 정전 등으로 20억 달러 이상의 타격을 받았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등에서 80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해 수십억 달러의 보험금 청구가 있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 때문에 국제금융기관과 주요국 중앙은행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규제를 협의하는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금융기관에 기후변화에 대응한 위험관리 지표·목표를 세우고 이를 재무보고서를 통해 보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산업계의 피해가 금융시장의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안정기후위원회(FSCC)’를 출범하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경제적 위험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3년부터는 회사채 매입(CSPP) 때 발행자에 대한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키로 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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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사회투자책임포럼에 따르면 6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 포함 18개 금융기관과 36개 기업, 2개 민간 기관은 ‘한국 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얼라이언스’를 발족했다. TCFD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무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도록, 재무제표에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반영해 관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앞선 4월에는 한국은행이 금융안정국·조사국·통화정책국·외자운용원 등 4개 부서가 참여한 ‘기후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하지만 국내 민간 금융과 기업들의 행보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900여 곳이 넘는 기업이 TCFD 선언에 동참했고, 이 중 대부분 기업들이 재무제표에 이를 반영해 보고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를 뗀 수준에도 못 미친다. 최근 한국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TCFD 권고안 연계 보고 현황 보고서를 발간한 법무법인 지평의 기업경영연구소 정영일 소장은 “총 100개 기업의 평균 공시율은 23%로 나타났다”며 “TCFD 권고 공개항목 중 온실가스배출량, 경영진 역할은 상대적으로 공시율이 높았지만 기후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는 항목들에선 낮은 공시율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김영호 한국사회투자책임포럼 이사장은 “대체로 TCFD 공시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해외보다 우리가 특히 더 낮다”며 “기후위기 대응 실행력을 높이고, 한정된 자원을 배분한다는 차원에서 공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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