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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와 민주당 갈라치는 與… ‘특검’엔 “의도적 시간 끌기”반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은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한 ‘대장동 특검’을 “의도적인 시간 끌기, 물타기 수사지연”이라며 거부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특검'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특검'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인 오전 11시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 원내대표는 “대장동 사건 수사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했는데,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문재인 정권의 친(親)정권 검사들은 의도적으로 수사를 뭉개고 꼬리를 자르고 변죽만 울렸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지난해 무려 40여차례에 걸쳐서 특검을 제안했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피하다가 정권이 바뀌고 수사가 제대로 되니 이제와서 특검을 하자는 건 속이 뻔히 보이는 시간끌기, 수사지연 전략”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수사했던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 등도 특검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한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물귀신 작전”이라며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민주당을 동원해 국회를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건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특검 주장에 대해 “이미 주 원내대표가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브리핑에서 특검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짧게 답했다.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25일로 예정된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미리 말씀드리는 건 불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기국회가 진행되고 있고,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중요한 일들이 국회에 놓여있다. 외부의 상황과 무관하게 국회는 민생을 회복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게 국민의 바람이고 국회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22일 예정된 반(反)정부 집회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면서도 “헌정질서를 흔드는 일들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도 이날 특검 주장을 날선 언어로 반박했다.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기자회견을 “궤변과 거짓으로 점철된 ‘대국민 위증쇼’”라고 규정한 뒤 “1년 전 대장동 사건이 터졌을 때 민주당은 ‘특검 주장은 진범을 감추고자 하는 뻔뻔한 생떼’, ‘시간끌기용’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건 민주당의 자기부정인가, 자기혐오인가”라고 반문했다.

김기현 의원도 “대선 당시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자체를 거부했다. 이 대표가 겉으로는 특검을 찬성하는 듯 쇼를 했지만, 속내는 특검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이 국면 전환을 위해 사기를 친 것”이라며 “정치적 장난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반대할 경우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실제 강행 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한 가운데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를 불신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란 분석이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강행이 과연 되겠느냐”라고 반문한 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하나로 뭉쳐서 법안을 강행처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22 국민미래포럼 ‘대한민국 길을 묻다 : 도전과 전환’이 열린 12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22 국민미래포럼 ‘대한민국 길을 묻다 : 도전과 전환’이 열린 12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를 노린 듯 이날 여당에선 이 대표와 민주당을 분리해 대응하는 이른바 ‘갈라치기’ 메시지도 쏟아졌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결단해달라. 의원들에게 채운 족쇄를 풀어달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과 ‘옥쇄’를 선택했다. 자신의 배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배를 하나로 묵는 조조의 ‘연환계’가 생각난다”며 “이 대표가 옥쇄 전략을, 연환계를 풀지 않으면 민주당은 이재명이라는 자연인과 함께 침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설훈 민주당 의원의 앞선 발언을 인용하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에 왜 당 전체가 책임을 져야 되느냐(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민주당이 단일대오로 뭉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인 설 의원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 됐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검찰 수사가 진전될 수록 민주당의 분열이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도 “민주당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세력들 때문에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로 공격 상대를 명확히 하며 친명(친이재명)계를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과의 ‘선택적 협치’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3선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리스크가 이어질 경우 친문과 친명의 분화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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