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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아사 직전인데 평양선 골프대회…北 유별난 골프사랑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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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19~20일 평양골프장에서 골프 대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보도했다. 북한에서 골프 대회가 열린 건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연합뉴스

지난 19~20일 평양골프장에서 골프 대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보도했다. 북한에서 골프 대회가 열린 건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20일 평양골프장에서 ‘가을철 골프 애호가 경기’ 결승전을 개최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와 수해 등으로 식량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6년 만에 다시 골프 대회가 열렸다.

평양골프장에서 열린 북한 골프대회. 복장을 차려입은 참가자와 캐디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평양골프장에서 열린 북한 골프대회. 복장을 차려입은 참가자와 캐디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대회는 참가자의 기술 수준과 나이·성별에 따라 4개 부류로 진행됐고, 우승자에게는 우승컵과 상장, 시상품이 수여됐다. 통신은 본 경기 외에도 참가자들의 골프 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오락 경기를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20일 평양골프장에서 열린 골프 대회에 참가해 상장을 받은 참가자. 연합뉴스

지난 19~20일 평양골프장에서 열린 골프 대회에 참가해 상장을 받은 참가자. 연합뉴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국경을 봉쇄한 채 외국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번 골프대회 역시 외국인은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골프장은 북한에서 흔치 않은 호화 레저시설에 해당한다. 2017년 리모델링 후 2019년 재개장했다. 사진은 평양골프장 내의 클럽하우스. [중앙포토]

평양골프장은 북한에서 흔치 않은 호화 레저시설에 해당한다. 2017년 리모델링 후 2019년 재개장했다. 사진은 평양골프장 내의 클럽하우스. [중앙포토]

북한 당국의 골프 사랑은 유별나다. 핵 무기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불량 국가’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에서도 골프에 대한 애착은 이어졌다. 2011~2016년엔 가을마다 평양골프장에서 ‘국제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개최했을 정도다. 2017년 평양골프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며 골프 대회는 잠정 중단됐고, 2019년 재개장 이후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아직 국제 골프대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관광 산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의 예외 분야다. 대북 제재로 외화가 줄어들수록 북한이 관광 산업에 주력하는 이유다. AFP=연합뉴스

관광 산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의 예외 분야다. 대북 제재로 외화가 줄어들수록 북한이 관광 산업에 주력하는 이유다. AFP=연합뉴스

북한이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 국면 속에서도 골프를 포기하지 못하는 건 관광 산업을 통한 외화 벌이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은 한국을 포함한 외국과의 경제 교역이 중단된 상태지만 관광 산업은 대북 제재의 예외 분야다. 특히 골프의 경우 북한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주요 사업에 해당한다.

북한 마식령 스키장 전경. 연합뉴스

북한 마식령 스키장 전경. 연합뉴스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어진 2016~2017년 이후 북한은 외화가 부족해지자 관광 산업에 한층 공을 들였다.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와 양덕군 온천, 마식령 스키장 등 동해안 광역관광지대 개발에 힘을 쏟았다.

북한이 6년 만에 골프 대회를 재개한 것 자체가 식량난 가중과 계속된 미사일 발사로 '외화 벌이'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당장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긴 어렵지만, 국경 봉쇄가 풀리는 등 상황이 진정되면 즉시 골프장 영업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골프를 우상화에 활용하기도 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1991년 평양골프장에서 생에 첫 골프에 나섰는데, 당시 한 라운드에서 11번의 홀인원을 기록했다고 선전하는 식이다. 2011년 김 위원장 사망 직후 외신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골퍼를 잃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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