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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전 이광수의 '무정'에 나온 샌드위치 기차도시락[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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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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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식탁
박현수 지음
이숲

'"이것 좀 잡수셔요"하고 그 종이갑의 뚜껑을 연다. 영채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구멍이 숭숭한 떡 두 조각 사이에 엷은 날고기가 끼인 것이다(중략)별로 맛은 없으나 그 새에 낀 짭짤한 고기 맛이 관계치 않고 전체가 특별한 맛은 없으면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운치 있는 맛이 있다 하였다."

이광수가 1917년 매일신보에 연재한 소설 『무정』의 한 대목이다. 평양행 기차 안에서 신세를 한탄하며 울던 영채는 훗날 언니라 부르게 되는 젊은 여성 병욱에게 위로를 받고, 뭔지 모를 점심까지 건네받는다. 한참 뒤에야 병욱은 "서양음식인데 샌드위치라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국문학자가 쓴 이 책 『식민지의 식탁』에 따르면 샌드위치는 1880년대 일본에 전해졌고 1898년 오후나켄이라는 회사가 에키벤, 즉 기차 도시락으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가격은 20전. 저자는 병욱이 사 먹었을 무렵에는 25전 안팎으로, 요즘으로 치면 7500원 정도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소설을 통해 당시의 식문화와 음식의 내력에 얽힌 사실을 흥미롭게 조명하는 책이다. 인력거꾼 김첨지의 아내가 끝내 먹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설렁탕 얘기가 절절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비롯 10편의 소설을 초점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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