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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9호’ 피해자, 국가 상대 소송 2심도 승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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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옥고를 치른 김명식 시인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37-1부(최항석 공도일 오영상 부장판사)는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정부가 2억4367만원을 배상하라”고 19일 판결했다.

김씨는 1976년 3월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풍자시를 배포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르다 1978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후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9호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게 되자 그는 2020년 12월 국가를 상대로 총 3억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물고문·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해 임의성 없는 자백을 했다”며 김씨의 무죄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정부법무공단은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1·2심 재판부는 김씨가 2020년 11월 3억여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청구액보다 적은 2억4000여만원을 배상금으로 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올해 8월 “긴급조치 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판례를 깨고 수사·재판 과정의 개별 불법행위가 입증되지 않아도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대법원(주심 권순일 대법관)은 긴급조치 9호 발령 행위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므로 위법행위가 아니라고 해석하면서 검사·경찰관·판사 등 개인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국가의 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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