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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도보 5분이라더니 20분 걸리네?…어디까지가 역세권일까

중앙일보

입력

[퍼즐] 부동산 트렌드 NOW(1) 

‘oo역 5분 초역세권 아파트’, ‘xx역 연결 상가 분양’

주거용 부동산이든, 상업용 부동산이든 분양광고에서 가장 눈에 띄게 홍보하는 부분이 있다면 단연 ‘역세권’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름은 00역 아파트인데 역에서 20분 걸리는 배신감… 여기 사는 사람들은 우사인 볼트인가! 다들 한 번쯤 느껴 보셨죠? 그렇다면 과연 어디까지가 역세권인지, 역세권은 부동산투자에 있어서 불패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 사업, 서울시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 사업, 서울시

역세권의 정의

‘역세권’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 몇 가지 법령 및 기준을 살펴보면 아래의 표와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국철, 경전철 등의 역을 중심으로 250~500m 이내의 지역으로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도시 활동이 집중되어 있거나 집중시킬 필요가 있는 지역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여기까지가 역세권이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법령·기준별 역세권 정의, 서울도시계획용어사전

법령·기준별 역세권 정의, 서울도시계획용어사전

일반적으로 부동산과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역을 기준으로 500m, 도보 5~10분 사이를 역세권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지도상으로는 500m라도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직선거리보다는 실제 도보 이동 거리로 판단해야 합니다. 여기서 다시 도보 5분 이내는 ‘초역세권’, 노선이 두 개 지나가면 ‘더블 역세권(+트리플, 쿼드러플 역세권)’ 등 역세권 내에서도 차별화를 둬 명칭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왜 역세권에 주목하는가?

거주자의 입장에서 보면 단연 ‘출퇴근 동선과 시간’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업무지역과 주거지역이 구분된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주요 업무지구인 광화문, 을지로, 여의도는 오피스빌딩 위주고 아파트나 주거시설이 매우 적습니다. 대부분 다른 권역에서 출퇴근하는데 역에서 가까울수록 출퇴근 동선과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같은 단지라도 역에 인접한 동과 멀리 떨어진 동은 같은 평형임에도 매매가와 선호도에 있어 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역세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 거주 수요가 높은 만큼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또 역에서 집까지 이동 동선을 따라 편의점, 음식점 등 상가가 들어서기 때문에 역세권에는 자연스럽게 상권이 발달하고 임대료도 높이 책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역세권 불패?

“지하철이 지나갈 때마다 흔들리는 것 같아.”

역세권이라고 과연 장점만 있을까요? 역세권 거주자가 흔히 호소하는 것은 ‘소음’과 ‘진동’입니다. 또 만약 역이 지하가 아닌 지상역이라면 어떨까요? 역사와 철도가 지상에 있으면 선로를 따라 권역이 분할돼 지역 단절이 발생합니다. 또 지상역들은 지하 기술이 부족하거나, 일제시대 때부터 이어온 오래된 철도 라인을 따라 만들어져 노후된 경우도 많아 미관상 좋지 않고 안전, 고가로 인한 일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철도를 따라가면 돈이 보인다

철도 노선이 개통되는 곳은 부동산 가격이 건설계획 발표-착공-준공까지 세 번의 승인 단계에 걸쳐 세 번 오르게 된다는 설이 있습니다. 최근에 개통된 서해선 시흥대야역을 일례로 한번 살펴볼까요?

시흥대야역 인근 주택 필지 공시지가 추이, 경기 부동산정보조회 시스템 일사편리

시흥대야역 인근 주택 필지 공시지가 추이, 경기 부동산정보조회 시스템 일사편리

시흥대야역 인근의 대야동 일대는 19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가 위치한 시흥의 구시가지이며, 서해선 개통 전까지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던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던 이 지역이 2004년 서해선(당시 소사-원시선) 개발계획 발표 후 2005년 인근 공시지가가 23.5%p나 상승합니다. 2015년 공사착공 이후인 2016년에는 8.9%p, 2018년 준공 이후인 2019년에도 공시지가가 8.0%p 올랐습니다. 현재 시흥대야역 인근에는 대형 브랜드 오피스텔이 건축 중이며, 2021년에는 1300세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개발이 활성화되고 지역 환경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역세권으로 변신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 하다 보니 지하철역을 유치하기 위해 주민들이 현수막을 붙이고, 서명운동을 하는 등 지역 간 경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현재 추진 중인 위례과천선 또한 역사 유치경쟁으로 14년째 노선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사 유치 여부에 따라 나의 자산가치와 생활환경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주민들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GTX 플러스 노선도, 경기도

GTX 플러스 노선도, 경기도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에 역세권의 범위를 표시해보면 아마도 이제는 거의 모든 지역이 역세권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다 지금 추진 중인 GTX에 국가철도망 계획까지 교통망의 발전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이제는 수도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할지도 어려워졌습니다.

나의 주거생활환경과 부동산 투자에 있어 놓치지 말고 확인해야 할 ‘역세권’. 무턱대고 주택 계약부터 하고 현수막 들고 서 있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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