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단톡방도 로그인도…기업들, 카카오와 헤어질 결심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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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업무도 카톡에서 벗어나볼까?”
카카오 먹통 대란으로 라인·텔레그렘 등 다른 개인용 메신저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B2B(기업간 거래) 시장도 '카카오 의존 줄이기'에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용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용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카톡 마비, 업무 마비? : 월 4750만명이 쓰는 국민 앱(2분기 기준). 그 편리함 때문에, 유료인 업무용 협업툴이 부담스러워서 기업 팀 단위, 중소기업 등에서는 카카오톡 단체방(이하 단톡)을 업무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카톡 대란’ 이후 이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유료 협업툴을 쓰기 시작한 한 헬스케어 기업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보안 때문에 (유료 툴을) 도입했는데, 갈아 타길 잘한 것 같다”면서 “카톡 사태 이후 ‘우리도 이참에 바꿀까’ 고민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1초 만에 로그인이라더니” : 소셜 로그인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그간 카카오는 간편한 계정 연동을 앞세워 식품, 쇼핑, 여행, 금융, 게임, 교육, 뉴스 등 각종 서비스에 강력한 소셜 로그인 기능을 제공했다.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다른 서비스보다 낮다는 이유로 카카오를 메인 로그인 채널로 띄운 회사들도 적지 않다. 약 20시간 동안 카카오 로그인이 먹통이었던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대표적. 업비트는 오는 11월 21일부터 자체 로그인(업비트 로그인)만 지원한다. 업비트 관계자는 “카카오는 '국민앱'이라 편의성이 좋았다”면서 “여러 소셜 로그인을 사용하면 보안이 취약해지기 때문에 카카오·애플 로그인만 제공했는데 지난달 예고한 대로 11월부터 보안을 더 강화한 자체 로그인만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셜 로그인 비중이 높아 장애 기간 기존 거래액의 20%가 빠졌다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카카오 의존도를 낮춰보자는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톡채널’은 주문·배송 알림톡, 1:1 상담, 홍보 메시지 전송 등이 가능한 기업용 카톡 계정 서비스다. 톡채널의 주요 기능들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5일차인 19일이 되어서야 복구됐다. 사진 카카오톡 캡처

‘톡채널’은 주문·배송 알림톡, 1:1 상담, 홍보 메시지 전송 등이 가능한 기업용 카톡 계정 서비스다. 톡채널의 주요 기능들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5일차인 19일이 되어서야 복구됐다. 사진 카카오톡 캡처

무너진 ‘고객 창구’ : 기업에게 카톡은 1:1 고객 상담, 마케팅 알림 등을 위한 핵심 창구다. 기업용 카톡 계정 ‘톡채널(전 플러스친구)’만 167만개. 그러나 이번 먹통 사태 때 톡채널은 복구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화재 5일차인 19일 오후에서야 주요 기능이 복구됐다. 익명을 원한 유니콘 기업 관계자는 “톡채널 광고 유입이 많았던 한 커머스 플랫폼은 주말 사이 매출이 30% 이상이 줄었다”며 “알림톡 등 카톡 마케팅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아 카톡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긴 어렵겠지만, 다들 카톡 이외 대안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카카오 B2B에 타격 : 카카오는 2011년 톡채널, 2014년 소셜 로그인에 이어 2019년 카톡 상단 광고 배너 ‘비즈보드’를 도입, B2B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전 국민이 쓴다’는 강점을 수익화에 본격 활용한 것. 상반기 카카오 전체 연결매출(3조 4740억원)의 32.5%(1조 1306억원)가 이런 B2B 사업부문인 톡비즈·포털비즈에서 왔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B2B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실제 이탈이 커지면 카카오엔 타격이 될 수 있다. 당장 하반기부터 진행하려던 ‘카톡 수익화’는 속도 조절에 무게가 실린다. 카카오는 앞서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카톡 프로필에 ‘선물하기’를 붙이고, 카톡 상단 광고 배너 ‘비즈보드’를 다른 탭에도 확대하는 등 수익성 개선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처지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프라를 보강해 사업 계획에 차질이 없게 하겠지만, 상황상 진행 속도는 조절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퇴근 후 카톡 해방? : 직장인 장모(33)씨는 “이전에는 종종 주말에 업무용 단체톡이 왔는데, 지난 주말엔 모처럼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상당수 기업에선 여전히 유료 협업툴 대신 무료 카톡을 업무용 메신저로 쓰는 편이다. 이번 카톡 대란이 인식 변화 계기가 되어 협업툴 확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퇴근 후 카톡 지시'에서 해방될 가능성도 있다.

웃는 곳은 어디?

국산 협업툴 '잔디(운영사 토스랩)'의 서비스 예시 화면. 사진 토스랩

국산 협업툴 '잔디(운영사 토스랩)'의 서비스 예시 화면. 사진 토스랩

B2B 업체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중’이다. 업무용 협업툴 ‘잔디’ 운영사인 토스랩 관계자는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는 이른바 ‘가망고객’ 수가 늘었다”며 “이번 사태로 유료 서비스 거부감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 업무가 많은 신선식품 기업, 해외와 소통하는 패션기업 등 고객사들이 카톡 대란 피해가 없었다며 도입하길 잘 했다더라”고 말했다.

네이버도 조용히 웃는다. 라인 유입이 늘었고, 빠른 대응으로 기초 체력이 강하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 카카오를 메인 소셜 로그인 채널로 전면 배치했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카카오가 막히자마자 안내 팝업을 띄워 피해를 최소화하긴 했지만, 한번 더 문제가 생기면 네이버와 (메인 채널) 위치를 바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개인 메신저는 카톡으로 돌아가도 B2B는 다른 흐름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료 메신저 앱은 차별화된 경험을 주지 못할 경우 멀티호밍(동시에 여러 플랫폼 사용)이 지속되기 어려워 카톡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지만 B2B 영역은 이윤이 걸려있어 다른 면이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카톡을 대체할 유료 서비스를 택할 유인이 커졌고, 유사 상황을 대비해 다른 서비스를 병행하는 등 (기업들이) 카톡 의존도를 점점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