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률 높은 스토킹…30%만 징역, 그중 절반 감방 1년도 안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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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70대 집주인을 스토킹한 혐의로 징역 6월형을 선고받은 50대 세입자. 지난 1월 말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그는 앞서 넉달간 형기를 살다가 7월 출소해 살던 집으로 되돌아갔다. 그가 지난달 또 다시 집주인을 스토킹한 혐의로 구속송치되기까지는 두달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철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 A씨(28)를 흉기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은 특정강력범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전씨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뉴스1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철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 A씨(28)를 흉기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은 특정강력범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전씨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뉴스1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 

스토킹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도 재범을 저지르는 사례가 나오면서 단기형으로는 교정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을 맞은 21일, 올해 6월까지 관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건의 1심 판결문 197건을 대법원으로부터 받아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분석했다. 그 결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가 징역형을 받은 판결은 10건 중 3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형을 선고받았더라도 1년 미만이 절반 이상이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가해자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는다. 범죄 당시 위험한 흉기를 소지했다면 징역 5년 또는 벌금 5000만원 이하로 형량이 늘어난다. 1심 판결 197건 가운데 집행유예(70건·35.5%)가 가장 많았고, 징역형(무기징역 1건 포함 58건·29.4%), 벌금형(벌금형 집행유예 4건 포함 41건·20.8%), 공소기각 판결(26건·13.2%) 순으로 나타났다. 무기징역을 제외한 징역형(57건) 평균은 13.7개월. ‘1년 미만’이 절반(31건, 54.7%) 이상을 차지했다. 벌금형 평균은 272만원이었다. 벌금형도 ‘300만원 미만’이 절반(23건·56.1%)을 넘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거침입 등 다른범죄로 함께 기소돼야 징역 확률 높아

주거침입이나 협박, 폭행, 재물손괴 등의 다른 범죄 혐의로 함께 기소돼야 징역형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된 징역형(15건)의 최고 형량은 1년 4개월에 그쳤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토킹 범죄의 특이사항은 종결점을 찾기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라며 “흥미가 있고 관계 지속성이 있으면 징역형을 살고 나와도 범죄가 종결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스토킹은 전·현 연인이나 가족, 주변인을 상대로 한 ‘관계성 범죄’로 분류된다. 피해자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지 않으면 언제든 재범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실형 선고사례를 보면 100m이내 접근금지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통신금지 조치등의 잠정조치 등을 어기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많았다. 대리기사 A씨는 피해자 B씨의 자동차를 운전한 뒤 수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잠정조치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위반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똑같이 잠정조치를 어겼더라도 아직까지 양형기준이 없어 판사마다 달리 선고를 한다는 게 우려되는 지점이다. 피해자 C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손님으로 방문한 D씨는 잠정조치를 19회에 걸쳐 위반하고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외국은 세번째 재범때 최소 25년형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처벌규정이 약하다”며 “아일랜드는 올해 법 개정을 해서 최장 10년을 선고할 수 있게 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세번째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을 때 최소가 25년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외국은 스토킹을 ‘살인사건의 전조증상’으로 인식해서 위중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가 지난달 20일 119차 회의에서 스토킹범죄 형량기준 설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빠르면 내년 4월 제9기 양형위 출범 이후 양형기준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가해자 출소 이후 피해자가 가해자의 위치 정보를 알수 있도록 하는 보호책 등이 거론된다. 일선 경찰서의 한 여성청소년과장은 “아주 강력범이 아니면 가해자 출소 이후 피해자에게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다”며 “첩보를 입수하거나 피해자한테 전화나 신고가 들어와야 안다든지, 그전부터 대비가 안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스토킹범죄자도 출소 이후 성범죄자처럼 전자발찌 채우는 내용의 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할 경우 최장 10년까지, 최장 5년 이내로 전자장치 부착이 가능해진다.

또 다른 경찰관은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을 때 교정 프로그램을 잘 운용해줘야 한다”며 “수감생활이 성실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이를 경찰에게 통보만 해줘도 재범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숙 위원도 “형사사법기관과 교정기관이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행동교정 등 삼박자에 맞게 범죄 행동을 억제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의 1심 재판이 시작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청년진보당 등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의 1심 재판이 시작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청년진보당 등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소기각 26건 모두 반의사불벌죄 적용 사례  

스토킹이 범죄라는 인식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일선 경찰관은 “아직도 범죄가 아니라 로맨스처럼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피해자가 불안해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전체 1심 판결에서 공소기각 판결(26건·13.2%)은 모두 반의사불벌죄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판결문 분석 결과 스토킹처벌만 단독죄명으로 적용한 경우 처벌불원으로 인한 ‘공소기각’ 판결이 24%나 되는 것만 보더라도 반의사불벌죄폐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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