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현재는 창대한 편이다. 주요 경쟁자이자 이념 스펙트럼의 정반대에 서있는 CNN은 이미 시청률에서 폭스에 졌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지난달 27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미국 전역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은 케이블 방송국은 폭스뉴스(218만명)였다. 2위는 MSNBC(127만명)였고, CNN은 71만7000여명에 그친 3위였다.
친 공화당 색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폭스뉴스에 특정 연령대 시청자만 모이는 것 아니냐고? 통계에 따르면, 아니다.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25~54세 시청자들 중에서도 폭스뉴스가 부동의 1위였다. 2위인 CNN의 15만여명과 3위인 MSNBC의 12만 7000여명을 합쳐야 폭스의 29만4000여명을 조금 넘긴다. 폭스뉴스의 부흥이라 할만하다. 그 비결 중 하나가 리더십이고, 그 주인공은 폭스뉴스 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수잰 스캇(57)이다. 폭스뉴스는 루퍼트 머독이 건설한 미디어 제국의 일부이고, 스캇은 그 후계자인 라클란 머독의 전폭적 신임을 받고 있다.
스캇은 이래저래 미국에서 뉴스의 중심에 서있다. 폭스뉴스의 성공을 견인한 공도 있지만, 지난해엔 전직 폭스 스타 앵커가 그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를 제기해서다. 폭스뉴스에 입사해 30년간 잔뼈가 굵고, 2018년부터는 사령탑을 맡은 스캇에겐 위기의 CEO 시즌1이 도래한 셈이다. 소를 제기한 인물은 에드 헨리 전 폭스 뉴스 앵커다. 그는 지난해 “스캇이 폭스뉴스 고위급의 부하 직원 성추행을 덮는 과정에 적극 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드 헨리는 폭스뉴스에서 해고 당했는데, 부하 직원을 성폭행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헨리를 해고하는 과정에서 스캇 CEO가 주요 역할을 했는데, 헨리는 “스캇은 나를 해고하면서는 여성 스탭을 보호하는 이미지라는 것을 어필하면서 고위직의 성비위에 대해선 ‘샌드백’ 역할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며 소를 제기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스캇을 집중 조명한 기사에 따르면 그의 사내 평판은 좋지만은 않다고 한다. NYT가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인터뷰한 인물들은 스캇에 대해 “남성 고위직 간부들이 ‘저 여성 앵커 치마 길이 좀 짧게 하면 안 되나’라는 말을 자기가 직접 할 수가 없는 시대이니, 스캇에게 전달하곤 한다”거나 “스캇이 CEO가 된 후엔 (저널리즘의 질이 아닌) 메이크업이나 의상에만 더 신경쓰는 분위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캇 본인도 이런 비판은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와 관련해 “(비판엔 신경 안 쓰고) 밤에 두 다리 쭉 뻗고 잘 잔다”고 말했다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보도했다.
스캇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지만 확실한 건 그가 시청률과 광고비를 업계 최고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이다. 그 비결은 그가 시청자 분석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현재 미국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1월6일 사태 청문회 생방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 폭동을 일으킨 배경을 두고 지난 6월 첫 청문회가 열렸을 때, 대다수 방송사들은 생중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폭스뉴스는 예외였다. NYT는 이를 두고 “스캇이 ‘우리 시청자들은 그 청문회엔 별다른 관심이 없을 것이니 정규 편성대로 간다’고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스캇의 ‘촉’은 맞았다.
정작 스캇의 정치적 성향은 친 트럼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NYT는 “스캇은 자신의 정치 성향을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한다”며 “어느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 실패에 대해 개표 조작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의구심을 나타낸 적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스캇은 공식적으론 자신의 정치 성향에 대해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음”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가 섬기는 것은 단지 시청자들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