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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블랙홀' 정부 정책 줄줄이 먹히나…"사실상 국회 끝났다"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범계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의 규탄 발언을 들으며 ‘야당탄압 규탄’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범계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의 규탄 발언을 들으며 ‘야당탄압 규탄’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놓고 강경 대치하며 형성된 전선이 국회 전체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정부조직·세제개편안부터 내년도 예산까지 줄줄이 민주당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24일까지 열릴 국정감사가 ‘올 스톱’ 될 뻔 했다.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진 19일 오후 교육·문화체육관광·기획재정·보건복지위원회 등 곳곳에서 진행 중이던 국감이 중단됐다. 검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당사로 향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일 오전 의원총회를 통해 국감 보이콧을 논의하기도 했다. 결국 안건이 부결되며 일부 감사는 속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전 조기 폐쇄, 태양광 비리, 블랙리스트 등 문재인 정부 실책을 지적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뻔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감 종료 하루 후인 25일엔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예정돼있고,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도 6차례 남아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법안과 예산안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여당으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이래저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수도권 초선 의원은 “올해 국회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작부터 야당이 반대해 온 세제개편안은 국회 통과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소득세 과표 기준 상향 조정 등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인하는 기업 활력 제고, 소득세와 종부세 손질은 서민·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부자감세’로 규정하고 당론으로 반대 의견을 채택해 관련 법안 개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조직법 개편에 대한 야당 반대도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5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을 담고 있다. 개편안이 나오자 민주당은 반대 당론을 굳히면서도, 국가보훈부의 국가보훈부 격상, 재외동포청 신설 등 일부 내용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직개편을 공론화 할 시기로는 적절치 않다”며 조건을 달았던 민주당이 이 참에 전체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이날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정부조직법 개편을 ‘관심 법안’으로 지목하며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많은 여성 의원들을 만나며 설명했고 요구 사안 대다수를 담았는데, 그래도 의견 차가 있다면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 역시 통과가 쉽지 않게 됐다. 민주당은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에 대해 지역화폐, 노인 일자리, 청년 일자리, 기후 위기 관련 예산 삭감을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가 깎은 민생 예산을 어떻게 복원할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부정적 입장을 제시한 상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12월 2일에 통과는 안 된다고 본다. 준예산(예산안이 통과하지 못했을 경우 전년과 동일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제도)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벌써 나온다”며 “결국 합의가 안 되면 우리 당은 정부 안을, 민주당은 자기 당 예산만 챙긴 수정안으로 처리를 강행하고 할텐데 이 과정에서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김건희 특검법’ 등 민주당이 추진했던 법안들이 재부상 할 수도 있다. 지난달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위원장이 상정을 거부한 데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반대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한 정족 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통과가 무산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실제 통과를 노린다기 보단 여론전의 일환으로 특검법을 다시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대치한 법사위에서는 “김건희도 수사하라” “김건희를 체포하라” 등의 구호가 민주당 측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항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사 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 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항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사 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 했다. 뉴스1

국민의힘 의원은 “민생과 직결된 각종 법안이나 예산안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끝까지 반대로 일관하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결국 이 대표 수사를 둘러싼 결국 국민 여론이 향후 정국의 키를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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