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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탄핵' 여론조사 대표,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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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9월 22일 발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론조사’에 정치권이 들썩였다. 탄핵 주장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52.7%,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3.6%였다. 이 조사는 넥스트위크리서치라는 업체가 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를 받아 이틀간 1000명 응답자를 대상으로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복수 여론조사에서 20% 후반과 30% 초반대를 오가며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에 대한 공감도를 묻는 이 여론조사를 두고 여당 일각에서는 “집권 넉달 만에 탄핵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과한 것 아니냐”(국민의힘 관계자)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공교롭게도 이 업체 조사는 13일 또다시 이목을 끌었다. 최근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8주 연속 차기 여당 대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유 전 의원은 이 조사 결과를 페이스북에 공유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게 제대로 된 조사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20일에는 3선의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관련 조사를 언급하며 “여론조사인지 여론조작인지 모를 불량 여론조사가 판치고 있다”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의 심의를 받지 않으면서 편향된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 누가 봐도 야당 입맛에 맞는 결과”라고 공개 비판했다. 넥스트위크리서치가 여심위에 정식 등록하지 않은 업체라는 점을 들어 공정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여론조사 업체 등록 현황. 20일 기준 총 92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여심위 홈페이지 캡쳐]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여론조사 업체 등록 현황. 20일 기준 총 92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여심위 홈페이지 캡쳐]

그런데 중앙일보가 20일 해당 업체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이 업체의 대표는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인 리서치뷰 대표 A씨와 동일 인물이었다. 법인 소재지도 서울 영등포 양평동에 위치한 건물로 호수만 다를 뿐 같았다. A씨는 2003년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고,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재정실장을 맡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상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는 정당 지지율이나 대선·총선 지지율 등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다. 다만 특정 정당의 대표 선호도 조사나, 정치 이슈 조사는 미등록 업체도 할 수 있다. 반면 여심위에 등록한 업체는 심의 등 관리를 받아야 하고, 설문지나 통계 등 자료 일체를 제출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는 “여심위 등록은 일종의 품질인증 마크 개념으로 신뢰성을 담보하는 최소 조건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A씨가 이미 여심위 등록 업체(리서치뷰)를 운영하고 있는데 굳이 여심위의 통제를 피해 미등록 업체를 따로 만들어 야권이 좋아할 법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며 “A씨의 과거 경력을 보면 충분히 편향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체 대표 “새 업체 통한 객관적 여론 파악 의도”

2023년 치러지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와 2024년 총선 등을 앞두고 여론조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셔터스톡

2023년 치러지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와 2024년 총선 등을 앞두고 여론조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셔터스톡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여론조사 업체(리서치뷰)를 오래 운영하다보니 일부 응답자에게 업체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이 생겨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독립 법인을 새로 만들어 사업을 확장했다”며 “기존 업체와 아직 대중들이 선입견을 갖지 않는 새 업체의 조사 데이터를 비교해 더 객관적 여론을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탄핵 조사를 두고는 “당시 일부 민주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탄핵을 거론했는데,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탄핵과 단순하게 연결 짓는 게 과연 신빙성 있는 주장인지 검증하자는 목적도 있었다”며 “실제 조사 결과 탄핵에 공감한다는 여론은 윤 대통령의 부정여론보다 수치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총선 직전 심재철 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을 때도 탄핵 공감도를 조사했다”며 “어떤 편향적인 의도가 있던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내년 치러질 여당 전당대회와 2024년 총선 등을 앞두고 여론조사에 대한 주목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18일에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여론조사 기관을 설립해 여심위에 등록을 마친 것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20일 기준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는 총 92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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