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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재명 대선자금 의혹, 투명한 실체 규명만이 답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최측근 김용 체포로 ‘대선자금’ 수사 도마에

검찰의 엄정 수사와 야당의 냉정한 대응 절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19일 체포했다.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 사업자로부터 8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다. 김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시점상 이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지역언론 보도로 ‘대장동 게이트’가 불거진 이래 소문만 무성했던 ‘대선자금 의혹’이 수사선상에 떠오른 건 처음이다. 5·9 대선 집권당 후보이자 현 제1 야당 대표를 둘러싸고 대선자금 의혹이 가시화된 것 자체가 시시비비를 따지기에 앞서 충격적이다.

대장동 개발 당시 인허권자인 성남시장을 지낸 이재명 대표는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라며 불법 수익과의 관련성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사업을 주도한 김만배·남욱·유동규씨 등은 수천억원의 천문학적 이익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김 부원장이 유동규씨에게 수익금 중 일부를 달라고 요구하자 남 변호사가 8억원을 만들어 김 부원장에게 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시점은 지난해 4~8월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직전이었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내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공언한 인사다. 이런 최측근이 거액을 수뢰한 혐의가 제기됐다면 바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주는 것이 순리인데 이 대표는 기자들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고 귀가했다가 다음 날 “불법자금은 1원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딱 부러지게 부인할 만큼 결백하다면 왜 전날 침묵했는지 의문이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김 부원장의 수뢰 정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자금 수수 흐름이 유원홀딩스 사무실 등 돈을 주고받은 장소 등과 함께 자세히 제시됐다. 법원이 김 부원장 체포 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잇따라 발부해 준 것도 수뢰 혐의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야당 대표와 관련된 의혹 수사엔 정치적 논란이 야기될 공산이 큰 게 사실이다. 검찰이 논란을 불식하려면  엄정한 수사로 실체를 규명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다. 김 부원장이 돈을 받은 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그 돈이 이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쓰였는지, 그 과정에서 이 대표의 직·간접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오직 증거와 법리로 규명해야 할 것이다.

야당의 신중한 대응도 절실하다. 민주당은 김 부원장 체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며 의원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가로막고, 국정감사 전면 거부 움직임까지 보였다. 그러나 김 부원장 체포를 비롯해 이 대표 관련 의혹들은 민주당과는 아무 연관 없는 개인 비위 사안들이다. 불거진 시점도 문재인 정부 때로, 그때부터 수사가 진행돼 왔다. ‘정치 보복’이란 막무가내식 반발에 앞서 실체 여부부터 온전히 규명되도록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준 민의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