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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블레이드 러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1980년대를 대표하는 레전드 SF인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가 최근 40주년을 맞아 재개봉했다. 개봉 당시 배급사의 무자비한 편집으로 엉망이 되었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E.T.’(1982)에 밀려 고전했던 이 영화는 10년 후인 1992년이 돼서야 디렉터스 컷으로 비로소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2007년에 파이널 컷이 나왔으니, 영화가 선보인 지 사반세기가 지나서야 비로소 완성된 셈이다.

 블레이드 러너

블레이드 러너

배경은 2019년 로스앤젤리스.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리플리컨트(복제인간)를 잡으러 다니는 ‘블레이드 러너’다. 로이 배티(룻거 하우어)는 행성을 탈출해 지구에 침투한 리플리컨트의 리더이며, 데커드의 표적이다. 배티의 목적은 생명을 연장하는 것. 자신을 만든 타이렐(조 터켈)을 만나지만, 배티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영화엔 수많은 명장면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데커드와 배티가 맞닥트리는 후반부는 영원히 회자할 것이다. 이른바 ‘빗속의 눈물’로 불리는 이 장면에서, 수명을 다한 리플리컨트 배티는 죽음을 맞이하며 독백한다. 영화사상 가장 감동적인 죽음이라 불러도 될 광경 속에서 배티는 말한다. “난 네가 상상하지 못할 것을 봤어. (중략) 그 기억이 모두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배티는 고개를 숙이고, 이때 비둘기가 날아간다. 마치 그의 영혼처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