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톡채널·로그인…기업들, 카카오와 헤어질 결심

중앙일보

입력 2022.10.21 00:03

업데이트 2022.10.2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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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참에 업무도 카톡에서 벗어나볼까?”

카카오 먹통 대란으로 B2B(기업간 거래) 시장도 ‘카카오 의존 줄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동안 편리함 또는 유료 업무용 협업툴에 비용을 지불하는 게 부담스러워 기업의 팀 단위, 중소기업 등에선 카카오톡 단체방(이하 단톡)을 업무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카톡 대란’ 이후 이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유료 협업툴을 쓰기 시작한 한 헬스케어 기업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보안 때문에 (유료 툴을) 도입했는데, 갈아 타길 잘한 것 같다”면서 “카톡 사태 이후 ‘우리도 이참에 바꿀까’ 고민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카카오를 메인 로그인 채널로 활용했던 회사들도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약 20시간 동안 카카오 로그인이 먹통이었던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오는 11월 21일부터 자체 로그인(업비트 로그인)만 지원한다. 업비트 관계자는 “여러 소셜 로그인을 사용하면 보안이 취약해지기 때문에 카카오·애플 로그인만 제공했는데 11월부터 보안을 더 강화한 자체 로그인만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애 기간 기존 거래액의 20%가 빠졌다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카카오 의존도를 낮춰보자는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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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원한 유니콘 기업 관계자도 “톡채널 광고 유입이 많았던 한 커머스 플랫폼은 (먹통 사태로) 주말 사이 매출이 30% 이상이 줄었다”며 “카톡 마케팅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아 카톡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긴 어렵겠지만, 다들 카톡 이외 대안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카카오는 2011년 톡채널, 2014년 소셜 로그인에 이어 2019년 카톡 상단 광고 배너 ‘비즈보드’를 도입해 B2B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전 국민이 쓴다’는 강점을 수익화에 활용했다. 상반기 카카오 전체 연결매출(3조4740억원)의 32.5%(1조 1306억원)가 이런 B2B 사업부문에서 나왔다.

향후 B2B 사업부문에서 이탈 행렬이 커질 경우 카카오에 타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당장 하반기부터 진행하려던 ‘카톡 수익화’ 속도 조절에 무게가 실린다. 카카오는 앞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카톡 프로필에 ‘선물하기’를 붙이고, 카톡 상단 광고배너 ‘비즈보드’를 다른 탭에도 확대하는 등 수익성 개선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처지다.

다른 B2B 업체들은 카카오 이탈 고객 잡기에 나섰다. 업무용 협업툴 ‘잔디’ 운영사인 토스랩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우리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는 고객 수가 느는 등 유료 서비스 거부감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 업무가 많은 신선식품 기업, 해외와 소통하는 패션기업 등 고객사들이 카톡 대란 피해가 없었다며 도입하길 잘 했다더라”고 말했다. 네이버도 조용히 웃는다. 라인 유입이 늘었고, 빠른 대응으로 기초 체력이 강하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료 메신저 앱은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기 어려워 카톡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지만 B2B 영역은 이윤이 걸려있어 다른 면이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카톡을 대체할 유료 서비스를 택할 유인이 커졌고, 유사 상황을 대비해 다른 서비스를 병행하는 등 (기업들이) 카톡 의존도를 점점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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