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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민주당 법치주의 부정” 야당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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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 수사의 칼날이 대선후보를 지낸 거대 야당 대표를 정조준하면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한층 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이자 ‘이재명 죽이기’로 규정하고 전면전을 벌일 태세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수사 협력을 압박하며 총공세에 나서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20일 강하게 반발했다. 전날까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침묵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국감 기간 중에 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일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치가 아니라 그야말로 탄압”이라며 “우리는 함께 싸워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역사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윤석열 정권이 ‘정치 탄압’에 올인한다면 민주당은 분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국감장 곳곳서 팻말 들고 시위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는 “윤석열 정권은 겁이 없다”(정청래 최고위원), “정치깡패와 뭐가 다르냐”(고민정 최고위원) 등 날 선 발언들이 이어졌다. 맨 뒤에 발언한 이 대표는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달도 차면 기운다. 영원한 권력이 어디 있겠느냐. 칼로 흥한 사람은 칼로 망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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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고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자신들의 국감을 하루 앞둔 날 야당 당사를 압수수색했다. 완벽한 정당 유린이자 민주주의 방해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중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과 ▶이원석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오후엔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몰려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께서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외쳤다. 또 국회 농해수위와 산자위 국감장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내걸자 국민의힘이 항의하면서 설전이 벌어져 감사가 중단되는 등 8개 상임위 국감이 곳곳에서 파행했다.

민주당에서 겉으로 외치는 목소리는 커졌지만, 당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국감 참여 문제였다. 전날 국감 중단을 선언했는데, 다음 날 오전 의원총회에선 ‘국감 재개’를 선언했다.

그러나 막상 대검을 대상으로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자체 판단으로 불참했다. 그러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여당 단독으로 법사위 전체회의 개의를 시도하자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몰려가 “김건희도 구속하라”고 외치며 개의를 방해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이 점심 이후에도 감사 참여를 거부하자 김도읍 위원장은 오후 3시쯤 국민의힘 의원들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단독 개의를 시도했다. 이에 ‘보복수사 중단하라’ ‘야당 탄압 중단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민주당 의원들이 몰려와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단독 개의는 안 된다”고 항의했다.

김 위원장이 “야당 탄압이나 보복수사를 주장하신다면 출석한 검찰총장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통해 조목조목 따져보라”고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일방적인 회의 진행”이라며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그러면 죄를 짓지 말든지”라고 하자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이 “누가 죄를 지었다는 거야”라고 항의하는 등 고성이 오갔다.

결국 김 위원장은 감사 개의를 선언한 지 30분 만에 “질의 답변을 도저히 할 수 없다”며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이후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이동해 규탄 시위를 벌이자 국민의힘은 민주당 불참 속에 오후 4시가 넘어 국감을 다시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압수수색 방해에 대해 총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예정돼 있던 충청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급히 취소하고 국회에서 회의를 열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회의에서 민주당의 압수수색 저지에 대해 “공무집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또 다른 범법행위이며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법치주의 부정, 공무집행 방해는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엄중히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죄 짓지 말든지” vs “누가 죄지었다 그래”

특히 국민의힘은 “야당 스스로 범죄집단이라고 자백하는 꼴, 조국수호 시즌2”(권성동), “불법 대선자금 게이트”(김기현)라며 전날 체포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윗선을 이 대표로 지목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공당임을 포기하고 오로지 이 대표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사조직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정치탄압이라고 반발하는 데 대해 이날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런 얘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대통령실 기획 사정’ 주장에 대해선 “저 역시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아는 정도며 제가 수사 내용을 챙길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자신의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가 불가능하다’는 발언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선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아는 거니까. 전 어느 특정인을 겨냥해 한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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