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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보복수사 중단" 與 "죄를 짓지 말든지"…법사위 아수라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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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탄압 아닙니까”(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그럼 죄를 짓지 말든지!”(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국회 법사위 위원장의 감사개시에 항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국회 법사위 위원장의 감사개시에 항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일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은 전날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딩초 이날 오전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감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전날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당사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한 걸 “검찰공화국의 민낯을 드려낸 정치수사”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감 참여 조건으로 ▶압수수색 중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과 ▶이 총장의 사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고형곤 4차장,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의 문책을 요구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일개 피감기관인 검찰이 감사를 하루 앞둔 날 민주화 이후 사상 초유의 야당 당사 압수수색을 한다고 했다”며 “완벽한 정당 유린이자 민주주의 방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감사 개시가 지연되자 김도읍 위원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회의장에 들어와 의사진행발언으로 민주당을 비판했다. 장동혁 의원은 “김 부원장 개인의 범죄에 대해서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는데 민주당 전체가 나서서 막아서는 것은 민주당 169석을 이재명 대표의 방탄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점식 의원은 “김 부원장이 2021년 4월부터 7월까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8월에 이 대표가 대선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며 “이 대표의 선거에 사용하기 위해 그 돈을 받았다는 것을 우리 국민 모두가 추측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진행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진행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민주당이 점심 이후에도 감사 참여를 거부하자 김도읍 위원장은 오후 3시쯤 국민의힘 의원들과 조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단독 개의를 시도했다. 이에 ‘보복수사 중단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민주당 의원들이 몰려와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단독 개의는 안 된다”고 항의했다. 김 위원장이 “야당탄압이나 보복수사를 주장하신다면 출석한 검찰총장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통해 조목조목 따져보라”고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일방적인 회의 진행이다. 국회 유린”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장내가 소란한 가운데 이 총장이 발언대에 서서 증인 선서를 하고 업무보고를 시작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탄압을 중단하라”, “김건희도 수사하라”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 간 이런 설전이 벌어졌다.

▶김도읍=다른 상임위원회는 다 (감사를)하는데 왜 법사위만 이러십니까?
▶기동민=다른나라 검찰들은 안 그러는데 우리나라 검찰만 왜 그래요?
▶김도읍=그러면 죄를 짓지 말든지!
▶기동민=누가 죄를 지었다는 거야!
▶권칠승=법사위원장이 검찰 하수인이야!

김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결국 김 위원장은 감사 개의를 선언한 지 30분 만에 “질의 답변을 도저히 할 수 없다”며 일단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기동민 의원은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4가지 요구 중 어느 것에 대해서도 성의있는 답변이 없었고, 그 배후는 명확하다. 검찰도 여당도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에 계신 분에게 편파적인 기획 수사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법사위원들이 용산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이동해 규탄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오후 4시가 넘어서 감사를 다시 진행했다. 유상범 의원은 이 총장에게 “민주당이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회유해서 (김 부원장 관련)진술을 받아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총장은 “유 전 본부장은 김 부원장이라든지 야당 의원님들과 10년 넘는 인연을 가진 분으로 안다. 뿐만 아니라 성남도개공 등 고위 임원을 지냈다. 그런 분에 대한 회유가 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 총장은 또 “어떤 검사가 자기 인생을 ‘유아무개’라는 한 사람에게 걸 수 있나. 저희 그렇게 수사하지 않는다”며 “저희가 공당 정치활동이나 정책을 압수수색하려고 하는 것이 전혀 아니지 않느냐. 그렇다면 거기에 대해서 협력해주시리라고 믿고 싶고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압수수색 방해에 대해 총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예정돼 있던 충청 현장 비상대책위원회를 긴급 취소하고 국회에서 비대위를 열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회의에서 민주당의 압수수색 저지에 대해 “공무집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또다른 범법행위이며,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지금 검찰이 벌이는 정당한 법 집행은 문재인 정권 초기 전방위적, 조직적으로 살벌하게 자행한 적폐청산과는 결이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법치주의 부정, 공무집행 방해는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엄중히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20.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20. 장진영 기자

특히 국민의힘은 “야당 스스로 범죄집단이라고 자백하는 꼴, ‘조국수호 시즌2’”(권성동), “불법 대선자금 게이트”(김기현)라며 김 부원장의 윗선을 이 대표로 지목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했던 이 대표의 2017년 페이스북 발언을 인용하며 “공동체를 파괴하고 법 질서를 어기며 사익을 취한 자들에 대한 단죄를 왜 정치보복이라고 하는가. 민주당은 공당임을 포기하고, 오로지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사조직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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