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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월북자·월북가족 됐다" 檢 사자명예훼손죄 적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정부가 서해에서 피살된 고(故) 이대준 씨에 대한 자진월북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이미 일부 조작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청구한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허위사실을 요건으로 하는 '사자명예훼손죄'가 들어있어서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루아침에 대한민국 공무원이 월북자가 돼 돌아가셨고 유가족은 월북자 가족이 됐다”라고 꼬집었다.

서욱·김홍희 구속영장 혐의들에는…‘허위성’ 요건 포함

2020년 10월2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및 소관 기관 종합국정감사에서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북 피격 공무원 관련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20년 10월2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및 소관 기관 종합국정감사에서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북 피격 공무원 관련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18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각각 3가지 혐의를 적시했다. 서 전 장관에겐 형법상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가 적용됐고, 김 전 청장에겐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과 함께 사자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됐다.

형법 제308조에 따르면 사자의 명예훼손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 해경은 이씨가 2020년 9월 22일 밤 서해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지 한 달 뒤인 같은 해 10월 22일 3차 수사결과 발표에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하면서 이 씨가 도박을 했으며 채무도 있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었다.

형법 제227조에 따르면 허위공문서작성 역시 공무원이 작성한 공문서가 허위일 것을 요건으로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같은 해 9월 24일 종합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자진 월북 시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썼다. 해경 역시 이 씨가 타고있던 배에 남은 슬리퍼를 이 씨의 것으로 단정하거나, 표류예측 결과를 일부 제외 하기도 했다.

“하루 아침에 월북자와 그 가족 됐다”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지난 6월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대준 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해경 발표를 지켜본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지난 6월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대준 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해경 발표를 지켜본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 씨가 “하루아침에 월북자가 됐다”는 표현도 썼다. 검찰 관계자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의 의미에 대해 “하루아침에 월북자가 되어버린 돌아가신 대한민국 공무원과 월북자의 가족이 된 유족들에게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금의 수사에 이르기까지 과연 대한민국이나 국가는 무엇인가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기 보다 월북 발표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은 또 “대한민국 공무원이 실종됐고 북한에서 발견, 피격, 소각까지 됐다”며 “이후 국방부·해경 등에서 ‘월북이다’ 이런 취지로 발표까지 했는데 이런 발표에 이르기까지 과연 국가기관들이 헌법과 법령에서 정한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국가가 해야할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라고도 말했다.

이 사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 책임자에 대해 죄를 물을 가능성이 열려있느냐는 질문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건 당시엔 안보실엔 서훈 전 안보실장, 서주석 1차장 등이 재직 중이었다.

“태도·행적 고려”…피의자 증거·도주 염려 있나

지난 4월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연합뉴스.

지난 4월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연합뉴스.

한편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구속영장 신청 이유에 대해 “(검찰) 조사에 임하는 태도라든지 행적 이런 사정을 고려해 두 분의 신병을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두 분은 (국방부와 해경의) 최고 결정자이고 최종 책임자”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70조와 201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피의자는 구속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혐의가 뚜렷하거나 증거인멸·도주할 것이 의심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발부 가능성에 대해 “영장이 기각될 줄 알고 청구하는 수사팀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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