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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칼로 흥하면 칼로 망한다" 설훈 "李, 대표 안나왔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밤 검찰의 여의도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20일 강하게 반발했다.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정치탄압이자 야당탄압”이란 목소리는 이날 더 높아졌다.

전날까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침묵만 지켰던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국감 기간 중에 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일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치가 아니라 그야말로 탄압”이라며 “우리는 함께 싸워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역사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윤석열 정권이 검찰을 앞세워 끝까지 ‘정치 탄압’에 올인한다면 민주당은 분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며 “남은 정기국회 기간동안 윤석열 정권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정치탄압’ 규명에 총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9일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9일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이날 오후에도 예정에 없던 긴급최고위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는 “윤석열 정권은 겁이 없다”(정청래 최고위원), “군부독재 시절 야당 당사에 난입한 정치깡패와 뭐가 다르냐”(고민정 최고위원)는 등 날 선 발언이 이어졌다. 맨 마지막에 발언한 이 대표는 “달도 차면 기운다. 영원한 권력이 어디있겠나. 칼로 흥한 사람은 칼로 망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고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감의 일개 피감기관인 검찰이 자신들의 국감을 하루 앞둔 날 야당 당사를 압수수색했다. 완벽한 정당 유린이자 민주주의 방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사 압수수색 시도 중단 ▶윤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과 ▶이 총장 사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고형곤 4차장,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의 문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후엔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몰려가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요구를 했다. 그리고 “압수수색을 중지하고 야당 탄압 논란에 대해 대통령께서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겉으로 외치는 목소리는 커졌지만, 대응 방식을 놓고는 당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례없는 검찰 공세와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당의 전략이 꼬인 것 아니냐”는 말이 그래서 당 내에서도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국감 참여 문제였다. 전날 국감 중단을 선언했는데, 다음날 오전 의원총회에선 다시 ‘국감 재개’를 선언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마친 후 선서문을 김도읍 위원장에게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보복수사 중단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이 총장을 막아서고 있다.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마친 후 선서문을 김도읍 위원장에게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보복수사 중단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이 총장을 막아서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막상 이원석 검찰총장이 출석한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는 법사위원들의 자체 판단으로 불참했다. 그러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여당 단독으로 법사위 전체회의 개의를 시도하자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회의장에 몰려가 “즉각 중단하라”"김건희도 구속하라"라고 집단 항의하며 개의를 거칠게 방해했다.

민주당 원내핵심 관계자는 “대검 국감을 거부한 것은 압수수색 시도가 부당하다는 점을 명백히 알리기 위한 의도로, 만약 이 총장을 앉혀놓고 질의를 하면 마치 압수수색을 용인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겠느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항의를 하려면 이 총장을 제대로 추궁하는 게 맞는데 검찰 수사와 관련해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것을 두려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실제로 김도읍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의 항의가 이어지자 “이 총장이 국감장에 나와있으니 정치보복이든, 야당탄압이든 직접 물어보면 될 것 아니냐”고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 정보의 질과 양에서 검찰에 압도적으로 열세인 민주당이 정면 대결을 회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왼쪽 셋째)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영교 최고위원(오른쪽 둘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왼쪽 셋째)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영교 최고위원(오른쪽 둘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진짜 고민은 따로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 대표가 "내 분신"이라고 했을 정도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수 억원대의 돈을 실제로 받았는지, 검찰이 의심하는대로 이 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는지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정보는 제한적이라 민주당의 반발은 압수수색 등의 부수적 문제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자연히 김 부원장 불법 자금 수수에 대한 의원들의 방어는 겉돌고, 여당에 "그럼 수사 자체를 하지 말란 얘기냐"는 되치기를 당하기 일쑤다.

이날도 민주당 당직자들은 “김 부원장 본인이 부인했으니 당도 그리(안 받은 것으로) 판단한다”(이수진 원내대변인)거나 “당의 자금력도 충분한데 우리가 왜 정치자금을 받았겠느냐”(임오경 대변인)는 등 상황논리에 근거한 해명을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사실 김 부원장 혐의에 대해선 의원들도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알지 못한다. 지도부가 강공으로 맞서자고 하니 일단 따라가지만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답답해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이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훈 민주당 의원이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가장 명시적으로 이 문제를 건드린 이는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설훈 의원이었다. 그는 CBS라디오에서 “김 부원장이 혐의를 부인한 것을 저는 100% 신뢰하지 않는다”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데 저는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설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 대표를 직접 만나 ‘이런저런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건 우리가 당에서 맡아서 막을 테니 대표로 나오지 말라’는 주문을 했었다”고도 말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록 민주당 내부에서 이런 파열음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비이재명계 중진 의원은 “김 부원장 기소시 공소장에 이 대표가 연루됐다는 것이 포착되면 당내에서는 계파갈등이 크게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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