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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내무장관도 사임…"실수땐 책임져야" 사직서로 트러스 때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하원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일부 보수당 의원은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AP=연합뉴스

19일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하원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일부 보수당 의원은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AP=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감세정책을 지지했던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그는 지난 14일 경질된 쿼지 콰텡 재무장관에 이어 트러스 내각에서 이탈한 두번째 장관이 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브레이버먼 장관의 사퇴가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사임을 재촉한 내각 줄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트러스 총리는 "나는 그만둘 사람(quitter)이 아니라 싸우는 사람(fighter)"이라며 사임 압박을 거부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의 표면적인 사임 이유는 자신의 의견을 담은 문서를 외부로 노출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트러스 총리에 제출한 사직서에서 "이민 정책 지지를 얻기 위해 의회 동료에게 개인 이메일로 공문을 보냈다"며 "기술적으로 규정을 위반한 실수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고 했다. 그러나 장관이 언급한 규정 위반은 내각에서 비일비재한 일로, 사임을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사직서엔 트러스 총리를 겨냥한 함의가 담겼다고 NYT는 전했다. 사직서 내용 중 "우리가 실수하지 않은 척하고, 모든 게 마법처럼 잘 풀릴 것이라고 바라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가 아니다"며 "정부의 일이란 잘못에 따른 책임을 지는 사람들에 달려 있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NYT는 "트러스 총리에 대한 암묵적인 비난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감세정책 철회 후 콰텡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트러스 총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은밀한" 압박으로 볼 수 있다고 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레이버먼의 사퇴가 "총리에 타격을 입혔다"고 했다. 내무장관 후임엔 그랜트 샙스 전 교통장관이 내정됐다.

이날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도 사임한 콰텡과 브레이버먼을 언급하며 "그들은 모두 사라졌는데, 왜 트러스 총리는 아직까지 자리에 있나"라고 말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의 사직서 제출 직후 트러스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곤욕을 치렀다. 하원의원의 질의에 이어 트러스 총리가 발언할 때 의석에서 야유가 쏟아졌으며, 일부 의원은 대놓고 사퇴를 압박하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보수당 의원은 로이터에 "규율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이대로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하원 법안 표결 과정에서 해당 투표가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인지를 놓고 집권당 의원 사이에서 혼란이 벌어진 것도 총리의 실추된 권위를 보여준다는 관측이 나왔다. 보수당 원로 찰스 워커 하원의원은 이후 BBC 방송에 출연해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총리가 빠른 시간내에 물러날 것으로 본다. 그는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트러스 총리는 야당과 일부 보수당 의원의 질책에 "실수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물러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트러스 총리가 완고한 자세를 보이며 당분간 자진사임은 없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그의 총리직은 불투명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의 부의장인 윌리엄 래그 의원은 이날 위원회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 서한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래그 의원은 총리의 사임 요구에 의원들이 동참하고 있다며, 예산안 사태 이후 유권자를 마주하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불신임 투표로 이어진다면 트러스 총리의 앞날은 한층 불안정해진다. 앞서 보리스 존슨과 테레사 메이 전 총리는 한차례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 남았지만, 곧이어 사임했다.

트러스 내각은 지난달 말 '미니예산'으로 불리는 감세정책 발표 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으며, 이로 인해 취임 한달만에 위기를 맞았다.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의 지지율은 노동당보다 30% 이상 뒤쳐져 있으며, 트러스 총리는 유고브가 여론조사를 한 이래 "가장 인기 없는" 지도자로 꼽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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