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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독점 철퇴, 왓츠앱으로 텔레그램에 사진 보낸다…한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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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른바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은 디지털시장법(DMA) 시행을 앞두고 있고, 미국도 플랫폼 독점 견제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연합(EU) 의회의 모습. [AP=연합뉴스]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연합(EU) 의회의 모습. [AP=연합뉴스]

20일 유럽연합(EU)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DMA에 대한 최종 입법절차가 유럽의회와 이사회에서 마무리되면서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구글‧메타 등 초대형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하고, 의무사항을 부과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특히 여기엔 메신저 독점 견제가 주된 내용으로 포함됐다.

‘왓츠앱’으로 텔레그램에 사진 전송

15일 오후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내비 등 계열사 다수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내비 등 계열사 다수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법안을 보면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플랫폼은 다른 메신저와의 상호운용성을 보장해야 한다. 서로 다른 메신저 간에도 메시지나 사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매출액 기준 등을 충족하는 초대형 플랫폼이 규제 대상이다. 메타의 ‘왓츠앱’이 여기에 해당한다. 왓츠앱은 미국‧유럽 등 서구권에서 주로 서비스하는 메신저 앱으로, 지난해 전 세계 월간 이용자만 20억명에 달했다.

상호운용이 의무화되면 텔레그램이나 등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메신저를 통해 왓츠앱 이용자에게 메시지나 이미지‧동영상을 보낼 수 있다. 왓츠앱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소통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음성 메시지는 물론 서로 다른 앱을 통한 전화통화도 가능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게 EU의 방침이다. 메신저 특성상 독점 사업자가 모든 이용자를 끌어당기는 만큼 이에 대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게 상호운용 조항을 넣은 이유다.

메신저 독점에도…공정위 “당장은 아냐”

카카오 사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메신저의 경우 시장을 독점하면 이용자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용자끼리의 대화만 가능해서다. 이에 따라 경쟁사업자가 시장에 새로 진입하기 어렵다.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 먹통 대란'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 먹통 대란'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공정위도 내부적으로 DMA의 해당 조항을 살펴봤지만 “당장 국내에 도입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전규제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없는 데다 입법까지 필요한 사안이어서다. 또 미국 회사를 견제하는 EU와는 달리 한국은 국내 플랫폼 점유율이 높다는 차이도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상호운용 보장에 대한 검토는 이뤄질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독과점이 단기적으로 해소 가능한 이슈가 아닌 만큼 향후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기업결합 기준 수정 논의 

공정위는 플랫폼 독과점 판단 기준과 금지행위를 구체화하는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기업결합(M&A) 심사기준을 개정해 플랫폼의 문어발식 사업 영역에도 제동을 가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2016년 이후 100여개 기업을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정위 제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은 미국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미국 경쟁당국(FTC‧DOJ)은 기업결합 지침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고, 기업 등으로부터 의견 수렴을 마친 상황이다. 이른바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이 중소업체를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는데 기존 법으로는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게 그 배경이다.

공정위 방향성도 미국과 유사하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때 플랫폼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심사기준 개정 검토에 들어갔다. 기존 기준으로는 사업영역이 관련이 있지 않으면 기업결합을 제한하는 게 어려웠는데 플랫폼은 이용자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특성상 새로운 사업으로 뻗어 나가면서 독과점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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