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 1번 티잉 구역 앞쪽에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티샷이 토핑이 나면 볼에 맞을 수도 있는 곳이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연습 스윙을 할 때 나는 바람 소리에도, 실제 스윙할 때 나는 파열음에도 고양이는 무덤덤했다.
용인의 또 다른 골프장에는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이 골프장 캐디는 “클럽하우스 부근 제초 작업 잔디 깎는 소리 때문에 숨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고양이 흔적은 많았다. 카트 보관소 등 몇몇 곳엔 고양이 사료가 골프볼 박스에 담겨 있었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골프장에는 고양이가 살고 있다.
“홀당 한 마리꼴, 고양이가 산다”
용인의 또 다른 골프장에서 만난 캐디는 “클럽하우스 주위에 네 마리를 비롯해 그늘집, 밀리는 파3 홀 등에 고양이가 있다. 홀당 한 마리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골프장에 갈 때 고양이 사료를 가지고 다니는 회사원 이모씨는 “최소한 경기도 남부에 고양이 없는 골프장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 골프장 대표는 “고양이가 많이 늘어 골치 아프다”고 했다. 반면에 춘천 지역 골프장의 지배인은 “고양이가 다른 지역엔 다 퍼졌는데 날씨가 춥고 겨울이 긴 강원도 산간 지역엔 상대적으로 적다”고 했다. 또한 골프장 업주가 싫어하면 고양이가 버티기 어렵다.
한국의 골프장은 약 600개다. 코스 하나에 열 마리가 있다고 치면 6000마리의 고양이가 산다. 『아무래도, 고양이』의 저자 백수진씨는 “실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고양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두 마리가 대표로 나와 사람들에게 우리가 있으니 먹을 것을 달라는 연기를 하고 숨어 있는 무리가 이를 나눠 먹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