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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올해도 묵묵히, 박정아의 12번째 시즌

중앙일보

입력

도로공사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19일 프로배구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선 만난 도로공사 박정아(29)는 덤덤하게 말했다. 팬들도 잘 아지만 박정아는 '쿨'한 성격이다. 2011~12시즌 데뷔한 이래 늘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했던 배구인생과도 닮았다.

박정아는 김연경(32·흥국생명)과 자주 대화를 나눴다. 오랫동안 국가대표팀에서 같이 뛰었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김연경에게 묻자 "정아와 오래 전부터 봤지만, 최근에 많이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김연경이 떠난 대표팀 주장직을 박정아가 맡으면서부터다.

김연경은 "팀에 어려움이 생기면 상의를 하기도 하고, 팀을 어떻게 하면 잘 이끌 수 있을까 묻기도 한다. 내가 곁에 있지 않아, 내 말이 얼마나 도움이 됐을 지는 모르겠다. 정아가 혼자 책임을 많이 졌다. 안쓰럽고,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안팎으로 시끄러웠다. 성적이 1승 16패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의 지도력이나 대표선수 차출에 대한 잡음이 많았다.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적지 않았다. 주장인 박정아는 언니들이 한꺼번에 빠진 상황에서 선수들을 감싸고, 이끌어야 했다. 대표팀은 세계선수권 최종전에서 크로아티아를 꺾고, 올림픽 예선 티켓을 지켜냈다. 박정아는 팀내 최다인 21득점을 올렸다.

소속팀으로 돌아와서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도로공사는 배유나, 정대영, 문정원, 전새얀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에이스로서 팀을 이끄는 선수는 박정아다. 지난 2년간 박정아의 공격 부담을 줄여준 켈시가 떠났고, 새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정아는 "2주 정도 팀에서 함께 훈련했다. 내가 팀에 피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 힘이 들지만 티낸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종민 감독도 그런 박정아를 믿기에 훈련량이나 연습경기 출전 시간을 조절했다. 김 감독은 "올해도 가장 기대하는 선수는 박정아다. 다른 선수들이 정아의 부담을 줄여주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우승후보 '3강'에 끼지 못했다. 주전 세터 이고은이 떠난 여파가 크다. 지난해 신인왕에 오른 이윤정, 장신 세터인 안예림이 번갈아 코트에 설 전망이다. 두 명과 손발을 맞춰야 하니 노력도 두 배로 들여야 한다.

박정아는 "윤정이와 예림이가 열심히 했고, 좋아졌다. 아무래도 동년배 선수들한테는 편하게 대하는데, 내가 선배다 보니 어려워할 수도 있어서 편하게 이야기하라는 말을 자주 해준다"고 말했다.

우승 트로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도로공사 박정아(오른쪽)과 카타리나. 사진 한국배구연맹

우승 트로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도로공사 박정아(오른쪽)과 카타리나. 사진 한국배구연맹

박정아는 5년 전 도로공사로 이적하자마자 첫 우승(2017~18시즌)을 이끌고 챔프전 MVP에 올랐다. 2위도 두 번 했다. 그리고 올 시즌 뒤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그는 "늘 그랬지만 개인적인 성적에 신경쓰지 않는다. 팀이 이기는 게 먼저다. FA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두 번이나 해봤지 않느냐. 내가 잘 하면 좋은 결과가 올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박정아는 카타리나를 불렀다. 우승 트로피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내년 봄 도로공사와 박정아는 트로피를 향해 다시 다가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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