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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마비" 카카오 때리며...與 '독점규제' 신중한 이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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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15일 ‘카카오 대란’이 발생한 이후 여야가 관련 대책을 만드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 협의 후 기자들에게 “국민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들에 대해서도 ‘이중화(二重化)’를 서두르도록 국회에서 입법적 지원을 하겠다”며 “화재가 나도 제대로 된 백업용 데이터센터(IDC)가 갖춰져 있었으면 불이 난 쪽을 끊고 바로 다른 센터로 전환해서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 동남권 메가시티편'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 동남권 메가시티편'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대 국회가 추진하다 폐기한 방송통신발전법 개정안을 당론 추진해 데이터센터 이중화를 의무화한다는 게 국민의힘 방침이다. 이를 위해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개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도 17일 과방위 간사 조승래 의원이 대동소이한 법안을 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방송통신발전법·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정보통신 3법”으로 부르면서 “카카오 장애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 정부·여당도 10월 중 처리에 협조하라”고 밝혔다.

여야는 이중화 의무화뿐 아니라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방안도 한 목소리로 검토 중이다. 성일종 의장이 이날 “올 연말 이전에라도 할 수 있으면 여야가 협의해 우선적 법안으로 검토하겠다”며 연내 추진을 시사했다. 과거 이중규제 논란에 가로막혔던 과방위 소관 법안들이 카카오 사태 이후 일사천리로 합의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독과점’은 질책만…공정위에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서 다뤄야 할 ‘카카오 독과점’ 규제 입법에는 당·정이 크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가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 “독과점 플랫폼 기업” 등의 강경 메시지를 냈지만, 이날 여당 내에서는 “플랫폼 기업 독과점을 법률로 옭아매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럿 나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른 통신사 간에도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이동통신과 달리, 메신저는 같은 앱 안에서만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 특징 때문에 자연스럽게 독점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카카오의 경우는 사실 소비자가 선택한 것이고, 자연스럽게 독점이 됐다고 보는 게 맞아 국가 차원의 관리나 개입은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을 다루는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도 “문제가 있다면 기존 공정거래법 체계 안에서 처벌하고 보상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추진하는 걸 우선 검토해야지, 카카오를 겨냥한 독과점 규제법을 별도로 만드는 것은 과잉 입법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국민의힘은 “국가 마비”, “문어발식 확장” 등 표현으로 카카오를 비난하면서도 정작 독과점에 대해서는 공정위원회에 소비자 보호 감시 강화를 요청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플랫폼 기업과 소상공인 간 문제에 대해 “플랫폼과 사업자 간 관계는 원칙적으로는 자율규제, 시장 쪽에 가깝게 운영하는 것이 맞다”며 “특별히 법률 개정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그런 문제는 공정위에서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그런 문제는 공정위에서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스1

온플법·피해 보상…여야 쟁점

여권에선 이와 관련해 “이른바 ‘타다 방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사건사고 직후 급조한 법들은 사후 부작용이 적잖다”(정부 관계자)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공약에서부터 추진해 온 플랫폼 기업 상대 ‘자율 규제’ 기조를 송두리째 바꾸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현재의 당·정 기류다.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 먹통 대란'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뉴스1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 먹통 대란'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도 카카오 독점 규제에 대해선 아직 정리된 입장이 없다. 다만 민주당이 카카오 사태 이전부터 추진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움직임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지도부 선정 22대 민생과제 중 하나인 이 법은 표준계약서 교부 의무화 등 플랫폼 기업·입점업체 간 공정거래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엄밀히 따지면 갑질 방지 차원의 입법이라 독과점 문제와는 별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일찍부터 “독점 플랫폼 기업의 승자독식 전략이 입점업체는 물론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다”(참여연대)고 주장했기 때문에 향후 카카오 사태 해결 과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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