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동산 버블에 성장률 급락까지…"시진핑 최악 악몽 올 수도" [시진핑 시대④]

중앙일보

입력

“(경제) 발전은 당의 집권에 있어 최우선 과업이다.”

지난 16일 중국 산시성 옌안시에 있는 한 대형 스크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 업무보고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6일 중국 산시성 옌안시에 있는 한 대형 스크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 업무보고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6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 업무보고(연설)에서 경제 발전이 최우선 목표임을 천명했다. 2002년 16차 당 대회 당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언급한 이후 중국 지도자들이 당 대회 연설에 빼놓지 않고 강조한 표현을 시 주석도 이어갔다.

당초 시 주석이 ‘발전 우선’ 표현을 쓰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고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시 주석은 지난해부터 발전 우선보다 ‘발전과 안보 균형’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시 주석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우며 민간기업 보다 국유기업의 역할을 더 강조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당 대회에서 성장보다 분배와 안보에 더 큰 가치를 둘 거란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시작돼 1992년엔 당 헌법에 까지 명기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놔두고 ‘사회주의 체제’에 방점을 둘 거란 전망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시 주석의 ‘좌회전’으로 중국 시장이 위축될 거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자신이 시장 경제를 중시한다고 선언했다. ‘중국식 현대화’를 공산당의 목표로 제시하고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를 실현하겠다고 하면서도 “비공유제(민영) 경제 발전을 흔들림 없이 장려, 지원,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CNN은 “시 주석은 공동부유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최근 안팎에서 중국 경제를 압박하는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어려운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해 ‘사회주의’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 했다는 얘기다.

빅테크 규제 그대로 유지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다니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다니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지만 시 주석의 연설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크다. 시 주석이 중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제로 코로나 정책’과 ‘민간 기업 규제’를 완화한다는 신호는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했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이어갈 것을 분명히 했다.

2020년 시작된 빅테크 기업과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규제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시 주석은 공동부유를 내실 있게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 시행 방법 중 하나로 ‘재산 축적 매커니즘 규범화’를 거론했다. 관영통신사인 신화사가 배포한 연설 전문에는 재산 축적 매커니즘이 “독점 및 부정경쟁 방지를 강화하고 지나치게 높은 소득을 조절하며, 불법소득을 단속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핑원멍(馮文猛) 연구원은 “일부 기업의 자의적 지분 배분, 독점에 의한 폭리를 소수에게 집중 분배하는 행태 등이 재산 축적 메커니즘 규범화의 타깃이 될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빅테크와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행해졌던 규제의 명분과 유사하다. 시 주석이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주택은 투기가 아니라 살기 위한 것"이란 문장도 연설 전문에 적시됐다.

中청년 5명 중 1명은 실업자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잡페어(취직 설명회)를 찾은 청년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잡페어(취직 설명회)를 찾은 청년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는 지난 2년 간 중국의 성장 동력을 크게 줄여온 위험 요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의미한다. 중국 빅테크의 투톱인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지난 2년 동안 1조 달러 이상 급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기업 규제 등으로 기업들이 운영에 차질을 겪으면서 청년실업률이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19.9%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청년 5명 중 1명은 실업자라는 의미다.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외친 “취업은 가장 기본적인 민생”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부동산 버블에 경제 위기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45%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해 생긴 채무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며, 20%는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출로 사업을 이어가던 부동산 업체들의 돈줄을 틀어쥔 결과다. 부동산 시장 전체가 흔들리자 당국이 뒤늦게 대출 금리 인하와 자금 지원 등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내수경제의 핵심이다. 버블이 꺼지면 중국 경제에는 치명타다. 실제로 IMF는 지난해 8.1%였던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3.2%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이보다 더 낮은 2.8%로 전망한다. 둘 다 코로나19 확산 원년인 2020년(2.2%)을 제외하면, 1976년(-1.6%) 이후 46년 만의 최저치다. 블룸버그 통신은 “장기 집권에 성공한 시 주석의 발목을 경제가 잡게 될 것”이라며 “경제 성장률이 3%대 아래로 떨어지면 시 주석에겐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진핑, GDP 목표 수치 제시 안해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청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청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불안한 경제 상황은 시 주석도 의식하고 있는 듯 보인다. 중국식 현대화를 위해 2035년까지 1인당 GDP를 ‘중진국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다소 추상적인 목표를 내놨다. 지난 2012년 18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2020년까지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을 두 배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반대 행보다. 주목할 건 시 주석도 지난 2020년 “2035년까지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을 두 배로 증가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당초 목표치인 5%에 못 미칠 것이 확실한 가운데 중장기 경제 운용 실패의 책임이 시 주석 자신에게 향할 수 있음을 우려해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로 예정됐던 올해 3분기 GDP 성장률 발표도 무기한 연기됐다.

“미·중 기술 전쟁은 계속”

미중 반도체. 사진 셔터스톡

미중 반도체. 사진 셔터스톡

중국 경제를 힘들게 하는 건 미국과의 무역·기술 전쟁도 있다. WSJ는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민간 빅테크들을 규제하고, 대신 반도체 등 전략 제조업에 자본을 몰아줬다”며 “하지만 오히려 생산성·임금 상승 둔화, 금융시장 약화, 외국 기업의 중국 투자 기피 등을 맞았다”고 전했다. 박수현 KB증권 신흥시장팀장은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는 부동산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경제 구조를 빨리 바꾸기 위해 중국 정부가 무리하게 규제를 벌여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미국과의 일전을 피할 생각이 없다. 그는 “중요한 핵심 기술의 난관 돌파전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 자강 실현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과학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학기술 사회주의’를 강조하며 첨단 제조업 육성에 더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은 중화학 공업 분야에서 “7년 안에 영국을 초월하고 1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초영간미(超英赶美)를 목표를 내걸고 대약진운동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반면 독자 핵무력 구축을 위한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폭탄, 수소폭탄과 인공위성) 작전에선 성공을 거뒀다. 시 주석은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

시진핑 계획 경제의 부활? 논란 부른 ‘인민경제’

원톄쥔(溫鐵軍) 전 인민대 농업농촌발전학원 교수. 사진 연합조보 캡처

원톄쥔(溫鐵軍) 전 인민대 농업농촌발전학원 교수. 사진 연합조보 캡처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가 2주밖에 남지 않았던 지난달 말. 중국 온라인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한 중국 원로 경제학자가 내놓은 인민경제(人民經濟)란 개념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에 따르면 논란의 시작은 원톄쥔(溫鐵軍) 전 인민대 농업·농촌발전학원 교수가 지난 5월 인터뷰한 영상이 뒤늦게 지난달 말부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다. 3분 분량의 영상에서 원 전 교수는 사람 중심의 ‘인민경제’를 주장했다. 그는 “인민경제는 국가 주권을 수호하고 자주적으로 발전하며 애국심을 지닌 경제”라며 “경제적으로 자주적이며 국유 경제에 더 중점을 두고, 세계화와 반대로 지역 자원으로 주민의 모든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경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제 주권, 자주 발전, 애국심을 아울러 인민경제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 전 교수의 논지를 다른 학자들이 강하게 비판하면서 불거졌다. 농업은행 수석경제분석가 출신으로 역시 인민대 교수를 지낸 샹쑹쭤(向松祚) 대만구금융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27일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원 교수가 인민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속인다”고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비판했다. 그는 “인민경제론에서 말하는 자주 발전이란 국경을 닫고 국가를 잠가버리는 것이고, 현지화란 자급자족을 의미한다” 며 “인민경제론은 국영기업과 함께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돌아가려는 주장이며 지난 40년간 중국이 펼쳐온 개혁·개방 정책을 근본적으로 지워버리는 것”이라 라고 비판했다.

런쩌핑(任澤平) 전 헝다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원 교수의 말은 시장경제를 멀리하고 계획경제와 국경 폐쇄를 옹호하는 발언”이라며 “원 교수의 ‘인민경제’는 사실상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이는 이미 수백만 인민에게 힘겨운 대가를 치르게 하고 전 세계에서 실패로 끝난 경제 실험”이라고 비판했다.

SCMP는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이번 논란은 (당 대회가 열리는) 민감한 시기에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며 “외국 투자자와 민간기업은 ‘공동부유’를 추진하는 중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 지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이 중국 당국이 벌인 일종의 여론 떠보기란 분석도 있다. 연합조보는 “20대 당 대회 전에 불거진 원 교수의 인민경제론은 자연스레 중국 정부가 기존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포기하고 인민경제로 진로를 바꿀 것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