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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먼저 알아봤다…31세 한국계 "북한 건강외교가 꿈"

중앙일보

입력

백악관 펠로우 시절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하는 앤드루 김. 본인 제공

백악관 펠로우 시절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하는 앤드루 김. 본인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하는 이 한국계 미국인. 이름은 앤드루 김, 나이는 31세다.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그는 백악관 펠로우로 일하며 바이든 대통령부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첼리스트 요요마 등 미국과 세계를 움직이는 인물과 함께 일했다.

백악관 펠로우는 1963년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만든 제도로, 미국 전역에서 매년 20명 이하의 각 분야 전문가들을 선발해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리더십과 행정 능력을 쌓게 하는 엘리트 코스다. 앤드루 김은 함께 선발된 동료들 중에서도 최연소 급이었다고 한다. 백악관 펠로우를 마치고 최근 방한한 그를 지난 17일 만났다.

그는 어린 시절엔 저개발국가를 돕는 국제개발 전문가를 꿈꾸며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장하준 교수 등의 강의를 듣다가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갔는데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보다 실질적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하버드 의대에 진학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 레지던트를 마쳤다. 인생 항로를 고민하다 백악관 펠로우에 지원했다고 한다. 그의 그런 궁극의 꿈은 북한을 위한 일명 ‘건강 외교(health diplomacy)’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레지던트를 마치고 고민에 빠진 이유는.  
“가장 친한 친구인 마크 헤어조그가 사고로 갑자기 죽으면서 삶의 의미를 곰곰이 곱씹게 됐다. 의대를 졸업했으니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 들어가 의사로 근무하는 길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는데, 갑자기 생각이 달라졌다. 힘들 때마다 찾아뵙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앤드루, 남을 위해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렴’이라고 하시더라. 우연히 백악관 펠로우 모집 공고를 봤고, 보다 많은 이들을 위해 경험을 쌓고 나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지원했다.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합격해서 나도 놀랐다. 마크가 하늘에서 도와준 것 같다.”
백악관 펠로우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은.  
“바이든 대통령부터 해리스 부통령까지, 다양한 분들과 토론하고 일할 수 있었던 모든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내 인생의 관점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고의 권력을 가진 분들의 리더십을 보고 결국 겸손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뿌리가 된다는 점을 배웠다. 첼리스트 요요마의 경우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우리에게 훈계를 하지 않고 대신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펠로우들 모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어왔고, 각자가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그에 걸맞는곡을 연주해줬다. 진정한 리더는 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요요마가 증명해줬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 백신 접종 현장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첼리스트 요요마가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 백신 접종 현장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과 파우치 소장 등은 어땠나.  
“원래 바이든 대통령과 우리의 만남은 20분 예정이었는데,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에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리 중요한 회의 중이라고 해도 가족에게 전화가 오면 꼭 받는다’면서 ‘일 때문에 가족을 2순위로 내려놓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해줬다. 파우치 소장은 내가 본 분 중 아마도 가장 열심히 일하시는 분이 아닐까 싶었다. 에너지가 넘쳤고, 우리에게 ‘젊은 세대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젠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환자들이 그립다. 우선 진료를 하는 본업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도모하고 싶다. 팬데믹 이후 특히 ‘건강 외교’라는 개념이 대두했는데, 관련 일을 하고 싶다. 지정학을 바탕으로 한 국제질서와 의학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그 상관관계가 더 커졌다. 결국 어린 시절 꿈꾸었던 저개발국을 위한 일을 하는 것과 연관이 있겠다.”
한국계이니만큼 북한에도 관심이 클 텐데.
“맞다.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싶다. 의사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북한을 위한 건강 외교를 위해 쏟을 수 있도록 앞으로 인생도 열심히 꾸려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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