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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그 빵집 갔다 발돌렸다"…SPC 찾기 운동까지 번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5일 경기 평택의 SPC 계열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로 촉발된 SPC 불매 운동이 SPC 전 계열의 제품을 타겟으로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는 ‘#SPC 불매’ 해시태그 운동은 물론 SPC가 편의점에 납품하는 캐릭터 빵과 샌드위치 등의 상품 목록까지 올리는 ‘SPC 찾기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불매운동은 19일 SPC 삼립의 주가가 전날 대비 -3.65% 하락하는 등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SPC 계열사 SPL 제빵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 JTBC 캡처

SPC 계열사 SPL 제빵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 JTBC 캡처

 SPC는 지난 17일 사망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이튿날 사고 다음날부터 공장을 가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피해자가 남자친구에게 남긴 “치킨 500개를 까야 한다. 난 죽었다”, “이렇게 해도 내일 300봉은 더 까야 하는 게 서럽다”는 등의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불매운동에 불이 붙었다. 직장인 양모(27)씨는 “사람이 죽은 기계 옆에서 동료들을 일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며 “SPC 브랜드 불매 운동에 동참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40대 박모씨는 “습관적으로 그 빵집 앞까지 갔다가 발길을 돌렸다”며 “제빵사 착취 논란 때부터 안 좋았던 이미지가 이번에 굳었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는 건 자영업자인 점주들이다. 서울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어마어마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A씨는 “SPC 경영진들이 따끔하게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흘러가지 않으니 시민들의 분노가 불매운동 형태로 표출되는 거 같다”며 “매출에 대해서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날 “‘피 묻은 빵’, ‘목숨 갈아 넣은 빵’ 등 사고 내용과 무관한 자극적 언어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보도는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린다”는 호소문을 냈다. 이들은 “무고한 가맹점 자영업자와 그 가족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기사 열독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로 보도하고 불매를 조장하는 것은 노동자 인권을 무시하고 이윤을 극대화 하려는 기업의 잘못된 행태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SPC 불매 운동 독려 게시물. 트위터 캡처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SPC 불매 운동 독려 게시물. 트위터 캡처

소비자 행동주의vs성급한 불매 운동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활발하지 않은 국내에서 불매 운동은 소비자들이 사회적을 물의를 일으킨 기업을 응징하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다. 과거 대리점에 제품을 강매한 남양유업, 가습기 살균제 판매 기업인 옥시와 애경 등이 불매 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하거나 대형마트 매장에서 철수한 대표 사례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행동은 해당 기업의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끌어내기도 했지만 2004년 '만두 파동', 2007년 '황토팩 중금속 검출' 사례 등에선 사실관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경영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회사가 도산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만두 파동'은 버려지는 중국산 단무지 자투리가 만두소로 이용된다는 경찰과 식품의약안전처의 보도자료로 촉발됐다. 시민들의 불매 운동으로 일부 업체는 문을 닫았고 한 만두 업체 대표는 “쓰레기 만두가 아니다”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결국 국무조정실이 나서 경찰이 불량이라고 판단한 만두소와 만두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이미 피해를 되돌릴 수 없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SPC 불매운동에 대해 “먹거리에 대한 불안,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분노, SPC에 누적된 부정적인 이미지 등이 결합해 불매운동이 커진 것 같다”라며 “회사의 재발 방지 대책과 생산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이 동반돼야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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