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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는 근본적으로 안 되는 상황? 유업계 ‘3色’ 생존 행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제품. 뉴스1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제품. 뉴스1

범롯데가 유제품 전문기업인 푸르밀이 다음 달 30일자로 사업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유(乳)업계는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시장 축소, 해외 제품 유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겹이 끼어 있어 미래 전망이 밝지 않아서다.

19일 유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남양유업 등 일부 국내 주요 유업체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전날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우유 산업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안 되는 상황”이라 말하기도 했다.

남양은 올 상반기 영업적자가 4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해 21.3% 늘었다. 이 회사는 2019년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08억원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2%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서울우유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328억원으로 전년보다 22.5% 늘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신규 거래처를 개척했고, 지난해 10월 우유 제품 가격 인상 효과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업계는 ‘태산이 앞에 놓여 있다’고 우려한다. 값싼 외국산 제품의 유입이 늘고 있는 데다 2026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수입 유제품에 붙던 관세가 사실상 철폐될 예정이라 향후 전망이 더 암울하다는 얘기다.

주요 유업체들은 제품 라인업 확대와 건강기능식품·단백질 음료 시장 진출 등 신사업을 통해 제각각 생존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서울우유는 아이스크림과 냉동피자, 컵커피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산 원유를 활용해 2020년부터 출시한 아이스크림은 올 8월 누적 출고량 820만 개를 돌파했다. 100% 국산 치즈를 활용한 피자·브리또 제품을 출시하고 온라인 전용 3L 대용량 우유를 선보이는 등 유통 채널 변화에도 대응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2018년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론칭해 올 상반기에 누적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다. 단백질 보충제와 음료뿐 아니라 우유에서 추출한 물질을 담은 뷰티 제품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엔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설립해 신사업을 키우고 있다.

또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한 소비자와 채식을 즐기는 MZ세대를 겨냥한 두유와 귀리 음료 등 식물성 제품도 적극 출시했다. 커피 전문점 ‘폴 바셋’과 중식당 ‘크리스탈제이드’를 운영하는 등 외식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일동후디스는 단백질 보충제 ‘하이뮨’을 통해 기사회생한 사례다. 저출산 여파로 분유 매출이 줄면서 2017~2019년 3년 내리 적자를 기록했으나 2020년 ‘하이뮨’을 출시해 연간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영업이익이 110억원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다.

남양 역시 경영권 매각 분쟁과 불매 운동 등의 여파로 고전하고 있지만,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미래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7월 출시한 고함량 단백질 제품 ‘테이크핏 맥스’는 출시 이후 하루 평균 2만 개씩 판매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출산율 하락에 따른 소비 정체와 경쟁 심화, 2026년 관세 철폐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유제품 본업에 충실한 연구개발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신유통 확대,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춘 신제품을 개발해 수익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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