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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vs 붕괴 코스피 혼돈 속…2조 쓸어담은 외인이 픽한 종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역사적 저점 구간" vs "코스피 2000선도 열려있다."

'K(한국)-주식'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에 나서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지만,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뚫고 추락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 13거래일 연속 2조원 넘게 순매수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9일부터 19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코스피 종목 순매수에 나섰다. 이는 올해 들어 최장기간 순매수 기록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 종목을 2조3018억원어치 사들였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13거래일 연속 코스피 종목을 순매수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13거래일 연속 코스피 종목을 순매수했다. [연합뉴스]

외국인은 특히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8534억원)와 삼성전자(8433억원)를 가장 많이 샀고, 이차전지주인 LG에너지솔루션(2150억원)·삼성SDI(1851억원) 등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 중국의 대만 통일 의지 등이 외국인 자금을 국내 반도체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지금은 외국인 수급이 대형주에 머물러 있지만 반도체 장비 등 중소형으로도 퍼져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지속해서 유입이 되는 이유는 한국 주식이 그만큼 싸고, 저평가돼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환산 기준으로 지금의 코스피 지수를 봤을 때, 외국인 입장에서 가격 메리트를 촉발할 수 있는 지수대"라고 말했다.

기업 41%, 실제 가치보다 반값 이하 거래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저점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 중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이하인 기업의 비중은 41%로 글로벌 금융 위기(55%) 수준은 아니지만, 미·중 무역분쟁 당시(40%)와 유사한 수준이다. 상장사 10곳 가운데 4곳의 주식이 실제 가치의 절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코스피 내 고점 대비 주가가 반 토막(-50%)이 난 기업 수의 비중도 절반을 넘어섰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과 향후 추정치 하향 조정 우려가 남아있겠지만, 개별 기업 주가 측면에서 보면 악재를 이미 70% 정도 반영했다"며 "이전과는 달리 작은 호재에도 기업별로 주가의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맥쿼리, 코스피 하단 1900으로 조정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맥쿼리증권은 최근 발간된 한국시장 보고서에서 12개월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2600에서 2400으로 내렸다. 전망 상단은 2800에서 2600으로, 하단은 2100에서 1900으로 조정했다.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맥쿼리증권은 "거시 경제 지표의 예상보다 빠른 둔화와 코스피 주당순이익(EPS)의 지속적인 하락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지난달 말 243포인트에서 14일 기준 233.8포인트로 하향조정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라는 2차 충격 변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향후 경기 침체, 실적 악화 등 펀더멘털(기초 체력) 변수에 의한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스피200 공매도 비율 10% 넘어서   

하락 전망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공매도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200 종목의 공매도 비율은 10%를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 19 위기가 본격화한 2020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급증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현재 시장이 하락 쪽으로 상당히 쏠려 있다는 점"이라며 "개별 종목 측면에선 공매도 누적이 많은 종목이 일시적 주가 반등이 있을 수 있지만 추세적인 반등 가능성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 앞으로 남은 변수가 많은 만큼 투자 방망이를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올해 두 번 더 금리 인상을 하고 나면 내년 초에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그때가 코스피 지수가 '바닥'에 가까운 시기일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당장 액션을 취하기보다 내년 상반기 정도에 저점 매수를 노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4분기엔 기업이 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크레딧(신용) 요인'으로 인해 코스피 하방이 더 열릴 수 있다"며 "다만 내년 들어 달러 강세 요인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연말 연초부터는 외국인 수급이 많은 코스피 대형주 위주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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