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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리더십 흔들리는 카카오, ‘비욘드 코리아’는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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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카카오 남궁훈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향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20221019

카카오 남궁훈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향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20221019

‘카카오 블랙아웃’ 사태로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사퇴했다. 사고 나흘 만이다. ESG경영을 맡던 홍은택 대표가 카카오를 이끌게 되면서 카카오의 미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인다.

무슨 일이야

19일 오전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데이터센터 화재로 불편을 겪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막중한 책임을 통감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날 홍은택 단일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먹통 대란’을 겪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뱅크·페이·모빌리티·웹툰·게임 등 카카오가 운영하는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해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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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2022년 3월 14일)

쪼개기 상장, 문어발 확장, 카카오페이 경영진 ‘주식 먹튀’ 등. 카카오는 지난해 각종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덩치는 큰데 골목시장만 노리는 ‘내수용 기업’이란 비판도 쏟아졌다. 이 때문에 올해 카카오의 목표는 ‘글로벌’이었다. 김범수 창업자는 자신이 직접 카카오의 ‘성장’을 진두지휘하는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맡고, 남궁훈 대표에게 경영을 맡겼다. 카카오의 기존 사업·서비스를 재구성해 글로벌로 진출하겠다는 그림이다.

그러나 이번 대란으로 카카오의 글로벌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 창업자와 손발을 맞추던 남궁훈 대표는 사퇴했고, 기초 체력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는 내외부 요구가 크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 매출(3조4740억원) 중 약 22%(7613억원)가 해외에서 왔다. 이중 80%는 카카오픽코마·게임즈·엔터테인먼트 등 콘텐트로 벌었다. 특히 카카오픽코마는 2분기 거래액 232억엔(2216억원)으로 그 비중이 크다. 그러나 이번 서비스 먹통으로 픽코마의 해외 서비스에 오류가 일어났다. 카카오게임즈는 해외 서비스를 지원하는 장비 일부가 판교 데이터센터에 있어 글로벌 서비스에서 일시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해외 확장을 추진하던 카카오 페이·모빌리티·커머스 등은 먹통이 됐다.

카카오에 필요한 2가지

정보기술(IT)업계에선 카카오가 ‘글로벌’을 논하기 이전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회사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순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① “잦은 리더십 교체로 제자리 걸음” 
카카오의 리더십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 바뀌었다. 새로운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가 페이 상장 한달 만에 주식을 대량 매도한 ‘주식 먹튀’ 사건으로 물러난 게 시작이었다. 남궁훈 대표 취임(3월) 후 다시 4개월 만에 홍은택 각자대표가 선임됐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논란으로 한바탕 내홍을 겪은 뒤다. 그리고 이날 남궁 대표가 다시 사퇴하자 ‘김범수 경영 복귀설’이 제기된다. 기자간담회에서 홍 대표는 “경영에 김 창업자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국회는 김 창업자를 국감장에 불러냈다. 그는 24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카카오의 잦은 리더십 교체에 카카오 내부도 술렁인다. 익명을 원한 카카오 직원은 “회사가 어떤 결정을 하고, 또 언제 호떡 뒤집듯이 바꿀지 알 수가 없다”며 “글로벌을 논하기엔 장기적인 계획이나 철학 없이 그때그때 결정하는 게 많다”고 토로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철회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6월부터 이어진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에 직원들이 들썩이자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직접 나서 “메신저 회사가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건 맞지 않다”고까지 밝혔지만, 카카오는 매각 검토를 철회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CEO만 바뀐다고 기업이 쇄신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업의 연속성만 떨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② “글로벌 서비스 할 수 있나” 
카카오는 당초 내년 상반기엔 비(非)지인 간 대화인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글로벌 시장에 ‘오픈링크’로 출시할 계획이었다. 지인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카카오의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것. 그동안 남궁 대표는 “전 세계 스마트폰 인구 50억명의 1%인 국내 시장을 넘어 99%의 시장으로 (카카오를) 확장하겠다”며 이 사업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이번 사태로 ‘전 세계 99% 인구’ 대상의 글로벌 서비스를 카카오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이중화 조치가 제대로 안 돼 있고, 데이터센터 셧다운 훈련 등 기본적인 대응이 미비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설비투자(CAPEX)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의 최근 3년간 설비투자액은 7285억원인 반면, 경쟁사인 네이버는 2.5배(총 1조8609억원)가 넘는다. 설비투자액은 데이터센터 등 각종 인프라 비용을 포함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에 진출하려면 서비스 안정성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경쟁력인데 카카오는 이 부분에서 관리도 투자도 소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궁훈(왼쪽),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20221019

남궁훈(왼쪽),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20221019

앞으로는

카카오는 남궁훈 대표 사퇴 이후에도 오픈링크 사업은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궁 대표는 “반성할 부분은 있지만, 글로벌 확장은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며 “서비스 기획은 이미 완료됐고 세부 기획·개발 일정 등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소위를 맡아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면서 글로벌 확장도 도울 것으로 보인다.

홍은택 대표는 당분간 사태 수습에 총력을 쏟을 예정. 홍 대표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크게 확대하겠다”며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이 완전히 멈추더라도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남궁훈 대표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이날 카카오 주가는 장중 최고 5만22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종가는 4만9800원으로 전일대비 0.81%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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