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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없이 처벌, '지인능욕방'도 칼댄다…한동훈 '스토킹법 수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신당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대수술에 나섰다. ‘2차 스토킹’을 유발할 여지가 있어 스토킹 살인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반의사 불벌’조항 폐지가 추진된다. 정부는 스토킹 혐의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 제정 1년 지났지만 빈번했던 스토킹 살인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 9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철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 9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철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됐음에도,스토킹 피해에 따른 신변보호 대상자로 지정된 당사자나 가족이 살해되는 사건이 빈번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오피스텔 여성 피살, 12월 송파구 빌라 신변보호 대상자 가족 피살, 올해 2월 구로구 호프집 신변보호 피해 여성 피살 사건, 지난달 신당역 살인 사건 등이 연달아 발생했다.

법무부는 먼저 합의를 빌미로 한 2차 스토킹을 없애기 위해,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에서 취임이후 8번째(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포함) 브리핑을 열고 “현행 스토킹범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2차 스토킹 범죄, 나아가 보복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상존해왔다”고 설명했다.

전자발찌 붙이고 온라인 스토킹도 처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가해자가 또다시 스토킹을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간 재발을 막기 위한 잠정조치로 법원이 가해자에게 피해자 접근금지를 명령하거나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지 사전에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한 장관은 “피해자 접근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위치추적 할 수 있는 제도적 조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두고 ‘실형을 확정받지 않은 피의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전자장치를 무조건 붙이겠단 것이 아니라 당연히 법관의 사법적 판단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특정되고 재범률이 굉장히 높다는 특징이 있다”며 “현 사회적 우려와 심각성의 진화과정을 볼 때 이 정도 조치는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스토킹도 처벌 대상에 새로 넣기로 했다. 현행 온라인 스토킹 행위는 피해자에게 글·음향·그림·영상·화상 등이 직접 도달해야만 처벌할 수 있고, 피해자 모르게 제3자에게 유포하는 행위는 스토킹에 해당하지 않았다. 한 장관은 “소위 지인능욕방이라는 방에서 피해자의 인격을 파괴하는 게시물을 유포하는 경우, 피해자를 직접 상대로 하는 국지적 스토킹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제2 n번방과 같은 중대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방조치,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신청 가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예고를 앞두고 세부 내용을 공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예고를 앞두고 세부 내용을 공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기관 없이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이 같은 잠정조치를 가해자가 어겼을 시 내려지는 처벌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법정형은 징역 2년 이하, 벌금 2000만원 이하였지만 개정안은 각각 징역 3년 이하, 벌금 3000만원 이하로 높인다. 과태료 1000만원 이하만 부과됐던 긴급응급조치 위반은 형사처벌로 강화해 ‘징역 1년 이하’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이날 브리핑 서두에서 “신당역에서 발생한 참혹한 사건으로 희생되신 피해자와 그 유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피해자의 희생을 생각하면서 이번에 (법 신규) 제정에 가까운 큰 폭의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고, 신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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