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6억뷰 이날치 신곡은…“퓨전국악 아닌 팝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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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밴드 이날치. 밴드 이름은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명인 이날치(1820~1892)에서 따왔다. 사진 LG아트센터

팝밴드 이날치. 밴드 이름은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명인 이날치(1820~1892)에서 따왔다. 사진 LG아트센터

“히히, 하하, 히히~ 히히, 하하, 히히~”
밴드 이날치의 신곡 ‘히히 하하’의 신명 나는 후렴구다.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범 내려온다’(2020)로 유튜브 조회 수 6억회를 돌파한 팝 밴드 이날치가 창작 공연 ‘물 밑’을 통해 10여곡의 신곡을 발표한다.
28일부터 사흘간 LG아트센터 서울의 LG 시그니처 홀에서 공연하는 ‘물 밑’은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는 천문학자에 관한 이야기다. 판소리에서 자유 리듬으로 사설을 엮어 나가는 ‘아니리’ 형식 곡들이 기본 골격을 이룬다. 리듬감 강한 베이스 라인, 중독성 있는 후렴구의 ‘히히 하하’ 등 이날치 색깔을 담은 신곡들이 퍼즐 조각처럼 이어지며 전체 이야기를 완성하는 구성이다.

팝밴드 이날치 신곡 무대 #28~30일 창작 공연 '물 밑'

'범 내려온다' 6억뷰 넘을까…신곡 '히히 하하'

판소리 모티브 음악극 ‘드라곤 킹’(2018) 작업을 계기로 밴드를 결성한 이날치의 데뷔 앨범 ‘수궁가’(2020)를 잇는 두 번째 프로젝트이자, 기존 판소리 다섯 마당을 벗어난 새로운 도전이다. 신곡들을 담은 싱글 앨범도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발표하는 게 목표다.
지난달 영국‧벨기에‧네덜란드‧헝가리 등 유럽 4개국 5개 도시 투어를 마치고 신곡 막바지 작업 중인 이날치 멤버 7명을 19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났다.
이날치 밴드의 베이스 겸 음악감독 장영규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갈 때 남아있는 판소리 마당을 계속 꺼내 쓰는 게 우리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떤 소리를 만들고, 그 소리를 바탕으로 이날치의 음악을 만드는 게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 말했다. 소리꾼 권송희‧신유진‧안이호‧이나래, 베이스 박준철, 드럼 이철희 등이 자리에 함께했다.

종말·멸종 판치는 시대 생명의 탄생 이야기

오는 28일 창작 공연 '물 밑'에서 신곡을 발표하는 팝밴드 이날치가 19일 서울 마곡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왼쪽부터)장영규, 안이호, 권송희, 이나래, 박준철, 신유진, 이철희. 사진 LG아트센터

오는 28일 창작 공연 '물 밑'에서 신곡을 발표하는 팝밴드 이날치가 19일 서울 마곡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왼쪽부터)장영규, 안이호, 권송희, 이나래, 박준철, 신유진, 이철희. 사진 LG아트센터

‘아니리 1‧2‧3’ ‘물 밑’ ‘태초의 행성’ ‘쑤쑤쑤쑤’ ‘흉흉한 소문’ ‘터널 시간 미로 침묵’ ‘빙빙빙’ ‘히히 하하’….
이날 제목만 공개된 ‘물 밑’ 속 신곡 목록이다. 덧붙여 공개한 한 줄 짜리 곡 설명엔 천문학자‧괴물‧포털‧태초의 행성 등 SF‧판타지 소재가 두루 담겼다. 연극 ‘시련’ ‘장 주네’ ‘백치’ 등을 올린 박정희 연출이 이날치 멤버들과 함께 설화 등을 참고해 ‘물 밑’의 전체 이야기를 완성했다.
가사 구성을 이끈 드럼 박준철은 “박정희 연출과 최근 영화‧드라마‧소설에 종말‧멸종 이야기가 많은데 반대로 생명의 탄생을 이야기하면 어떨까, 의견을 모으고 3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서 “생명의 탄생이 물속 작은 데서 시작하지만, 점점 뻗어 나가 우주까지 넓어지는 과정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대는 간소화하되 객석까지 34m 깊이의 대극장 무대와 조명을 최대한 활용해 “우주 속에 뚝 떨어진 존재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하는”(이나래) 모습을 펼칠 예정이다.
음악적으론 드럼‧베이스만 활용한 ‘수궁가’보다 건반‧타악기 등 악기 편성이 늘었다. 장영규는 “미리 들은 음악 관계자들은 1집에 비해 더 록적이고 사이키델릭해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 장르적 방향을 정해 놓고 작업하진 않았지만 (3년 간 함께하며) 멤버들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변해온 것 같다”고 했다.

이날치는 '퓨전 국악' 아닌 '팝밴드'죠 

팝밴드 이날치가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창작 공연 '물 밑'을 선보인다. 사진 LG아트센터

팝밴드 이날치가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창작 공연 '물 밑'을 선보인다. 사진 LG아트센터

그는 또 이날치에 꼬리표처럼 붙은 ‘퓨전 국악’ 대신 ‘팝밴드’란 지향점도 분명히 했다.
“퓨전 국악이란 단어로, 수없이 많은 다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버리는 게 싫다. 그 안의 수많은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서 “국내 대중음악에선 밴드 음악이 제외돼있다. ‘인디’로 치부하고 활동 무대나 공간이 거의 없다. 해외를 자꾸 찾게 되는 건 팝 음악시장 안에 밴드가 포함돼있고 이날치가 팝 음악으로서 활동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라고 밝혔다.

팝밴드 이날치 멤버 (왼쪽부터)장영규, 안이호. 사진 LG아트센터

팝밴드 이날치 멤버 (왼쪽부터)장영규, 안이호. 사진 LG아트센터

이번 유럽 공연은 이날치의 첫 해외 투어였다. 박준철은 영국 유명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를 만났을 때 들은 말 중 “‘이날치는 목소리들이 음과 음 사이를 자유롭게 미끄러지듯 왔다 갔다 한다’고 한 게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소리꾼 안이호의 속사포 같은 가사 표현을 두고 “랩 잘한다”고 했던 해외 관객도 있었다고 한다. 안이호는 “깜짝 놀랐다”면서 이날치를 한국 전통음악에서 출발했다는 점보다는 특별한 밴드음악으로 받아들여줬다는 게 힘이 됐다고 돌이켰다.
“해외 관객들에겐 판소리도 독특한 음악적 요소로 받아들여졌다. 한국 전통 음악이 소중하고 지켜야만 한다는 음악적 가치는 사실 음악을 감상하는 데는 방해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재밌어야 가치도 있는 것”이라면서다.
“이날치의 방향성은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가장 재밌는 게 뭘까 라는 것이죠. ‘판소리를 하자’도 아니고, 갑자기 가요를 흉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지금 멤버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가장 재밌는 음악이 가장 현실적이고 옳은 방향성 아닐까 생각합니다.”(안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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