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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이틀간 포탄 350발 쐈다…"신형잠수함 개발 막바지 단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18일 밤부터 이틀간 ‘9ㆍ19 남북군사합의’에서 설정한 동ㆍ서해 해상완충구역에 또다시 포탄 350여발을 쐈다. 그러면서 한ㆍ미 군의 다연장로켓포(MLRS) 사격훈련과 호국훈련을 빌미로 내세웠다.

북한이 18일 밤과 19일 낮 다시 동·서해 해상완충구역에 총 350여발의 포탄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20년 3월 북한의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한 포병부대들의 포사격 대항 경기의 모습.연합뉴스

북한이 18일 밤과 19일 낮 다시 동·서해 해상완충구역에 총 350여발의 포탄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20년 3월 북한의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한 포병부대들의 포사격 대항 경기의 모습.연합뉴스

앞서 북한이 지난 13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군용기 전술조치선 침범, 탄도미사일 발사, 해안 포사격 등 동시다발적인 무력시위에 나설 때도 한ㆍ미의 포사격 훈련을 이유로 들었다. 북한의 이런 도발 행태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음 수순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로 연계하려는 의도”라는 풀이가 나온다.

여러 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북한의 신형 잠수함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군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전략자산인 초음속 폭격기 B-1B ‘랜서’ 2대가 미 본토에서 날아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B-1B는 괌에서 뜨면 2시간 안에 평양 상공에 닿을 수 있다. 여차하면 한반도로 출격할 태세란 뜻이다.

"호국훈련은 북침전쟁연습"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8일 오후 10시쯤부터 황해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포탄 100여발을 발사했다. 장산곶은 백령도에서 불과 15㎞ 정도 떨어진 인접 지역이다.

이어 1시간여 뒤 북한측 강원도 고성군 장전읍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포탄 150여발을 더 쐈다. 이튿날인 19일 오후 12시 30분쯤부터는 황해도 연안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또 100여발을 발사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총 350여발의 포탄은 동ㆍ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완충구역에 떨어진 것으로 탐지됐다. 영해에 떨어진 낙탄은 없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포사격할 때마다 “9ㆍ19 군사합의 위반 및 즉각 도발 중단에 대한 경고통신을 수 회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튿날 아침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날 강원도 철원 지역에서의 한ㆍ미 사격훈련 등을 거론하며 “강력한 군사적 대응 조치로 동ㆍ서해상으로 위협 경고 사격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는 28일까지 실시하는 연례 야외기동훈련인 호국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오후 추가로 포사격한 이후 낸 또 다른 성명에선 "적들이 또다시 10여발의 방사포탄(다연장로켓탄의 북한식 표현)을 발사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며 "다시한번 동·서해상으로 위협 경고 사격을 진행 지시를 하달했다"고 밝혔다.

연례 야외기동훈련인 '호국훈련'이 시작된 17일 오전 군 장병들이 경기도 파주시 한 훈련장에서 자주포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례 야외기동훈련인 '호국훈련'이 시작된 17일 오전 군 장병들이 경기도 파주시 한 훈련장에서 자주포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대남 공세를 본격화해 한반도 긴장을 악화하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라며 “다음 수순인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로 연계하기 위해 도발의 추진력을 잃지 않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9ㆍ19 군사합의 파기’를 놓고 고심 중인 한국 정부를 계속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계속 합의를 위반하는 데도 우리가 먼저 쉽게 파기하지 못하는 배경 중에는 합의 이후 철거했던 GP(전방초소)를 당장 다시 세우고 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도 있다”며 “북한이 이런 허점을 노리고 도발을 계속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 행동을 계속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박 교수는 “그만큼 ‘중국 변수’의 비중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북한 입장에서 중국 변수가 크지 않다면 결국 고강도 도발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형 잠수함 개발 막바지 단계" 

북한에서 또 다른 도발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8일(현지시간) 지난 8월 11일부터 두 달여 간 촬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위성사진을 분석해 “북한의 SLBM 장착 신형 잠수함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또 “잠수 가능한 미사일 시험 바지선의 위치가 5번이나 바뀌었다”며 “이는 북극성 계열 SLBM의 새로운 시험 발사 준비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 신형 잠수함 진수나 SLBM 시험 발사가 실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고래급(약 2000t급) 잠수함인 '8·24영웅함'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이튿날 공개한 사진.뉴스1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고래급(약 2000t급) 잠수함인 '8·24영웅함'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이튿날 공개한 사진.뉴스1

북한이 건조 중인 신형 잠수함의 능력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신형 잠수함이 얼마나 오래 잠항할 수 있느냐가 위협 수준을 결정한다”며 “전기디젤 방식이면 하루에서 이틀 정도이지만, 공기 불요 추진(AIP) 체계를 갖추면 2주 정도 잠항할 수 있어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같은 북한의 SLBM 위협에 대한 감시 자산을 계속 보강하고 있다.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부산에 배치한 탄도미사일 탐지 체계인 ‘그린파인 레이더’가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내년까지 호남권에 같은 종류의 레이더 1기를 더 배치하면 남부 권역의 미사일 감시 역량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18일 연례 보고서인 ‘2023 미국 군사력지수’를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이) 억지력을 넘어 실행 가능한 진정한 전투 전략으로 발전하는 경로에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가장 큰 군사적 위협으로 핵과 미사일 병력을 꼽았다. 반면 북한의 해ㆍ공군은 한ㆍ미 연합군과 전투에서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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