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투명망토’기술을 개발한 국내 과학자가 이번엔 상시로 360도 전방위를 볼 수 있는 자율주행차의 눈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텍(포항공대)은 노준석 기계공학과ㆍ화학공학과 교수팀과 김인기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360도 전 영역을 볼 수 있는 고정형 라이다 센서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노 교수는 ‘투명망토’로 대표되는 첨단 메타물질의 나노공정과 생산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공학자다. 2018년 메타물질 가공기술을 이용해 가로ㆍ세로 1×1㎝의 투명망토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냈다.
빛을 쏴서 물체를 인식하는 라이다(LiDAR) 센서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변 물체와의 거리를 파악하고 주행 속도나 방향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눈’ 역할을 한다. 예측 불가능한 도로 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정면뿐만 아니라 옆이나 뒤를 함께 살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회전하는 라이다 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ㆍ후방을 동시에 파악할 수는 없었다.
노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센서는 머리카락 두께 1000분의 1 크기의 초박형 평면 광학소자인 메타표면으로 만들어져, 초소형 라이다 센서를 구현할 수 있는 원천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 메타표면을 이용하면 라이다의 시야각을 대폭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체를 입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연구팀은 메타표면을 구성하는 나노 구조체의 설계와 주기적 배열 방식을 조절해 라이다 센서의 시야 각도를 360도까지 넓히는 데 성공했다.
메타표면에서 방사된 1만개 이상의 점 형태의 빛이 물체에 조사되고, 이렇게 조사된 점 패턴을 카메라로 촬영하면 360도 영역에 있는 물체 정보를 3차원(3D)으로 파악할 수 있는 원리다. 이런 방식의 라이다 센서는 아이폰 얼굴인식 기능(Face ID)에도 사용되고 있다. 아이폰은 점 형태의 빛을 만들기 위해 점 생성기(Dot projector) 장치를 사용하지만, 점 패턴의 균일도와 시야각이 제한적인 데다가 부피가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노준석 교수는 “기존 메타표면 장치보다 고도화된 기술을 개발, 모든 각도에서 빛의 전파를 조절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이는 초소형ㆍ고(高) 시야각 깊이 인식 센서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