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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김홍희 ‘서해 피살 은폐 혐의’ 영장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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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욱(59)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54)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이 구속될 경우 지난 13일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공무원 피살 은폐 및 자진월북 조작 의혹의 ‘윗선’인 서훈(68) 전 국가안보실장 소환 조사도 빨라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앞서 지난 13일 서 전 장관, 14일엔 김 전 청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라고 했다.

서욱 전 장관은 2020년 9월 22일 저녁,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고 이대준씨가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뒤 피격 전후 상황을 담은 군사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공용전자기록 손상)를 받는다. 당시 밈스 담당자가 퇴근한 상태였는데, 새벽에 다시 출근할 정도로 급하게 삭제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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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서 전 장관은 같은 해 9월 24일 국방부의 종합분석 보고서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 이씨가 월북 의도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정보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등 허위 내용을 쓰게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도 받고 있다.

김 전 청장 역시 해경의 수장으로서 이씨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의혹으로 직권남용·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사건 당일 오후 6시쯤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에서 이씨의 발견 사실을 전달받고도 안보실이 “정보가 보안사항”이라고 하자 발견 위치 파악 및 수색구조 인력 이동 등 해경 차원의 구조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씨 피살 이틀 뒤인 9월 24일 해경은 1차 수사 결과 발표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씨의 채무관계 등 월북을 뒷받침하기 유리한 정황을 공개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 전 청장은 이후 9월 28일, 이씨 발견 당시 한자(漢字)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었다는 국방부 자료를 보고받자,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이 작다는 정황이었다. 이를 숨긴 채 해경은 이튿날인 9월 29일 2차 발표에서 표류예측 및 더미실험 결과까지 왜곡해 “표류예측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앞서 18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아래 사진)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사진 국방부]

검찰은 앞서 18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아래 사진)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사진 국방부]

서훈 전 안보실장에 대한 수사도 빨라질 전망이다. 이들이 이씨 피살 사실 은폐 및 자진월북 조작에 가담한 건 관계장관회의에서 서훈 전 실장의 보안 지침 및 자진월북 보고 지시 때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9월 22일 밤 10시쯤 북한군이 이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소각한 사실을 인지한 뒤 9월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회의 참석기관에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관계장관회의 이후 안보실은 대통령에게 보고할 ‘국가안보 일일 상황보고서’에서도 이씨 피살·소각 사실은 제외했고, 국방부도 당일 새벽 장관 지시로 밈스(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에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국가정보원도 같은 날 새벽 이씨 피살 관련 첩보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고 한다.

서훈 전 실장은 오전 8시30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이씨 피살 대면보고 이후인 같은 날 오전 10시에 소집한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 장관에게 “다른 승선원과 달리 (이씨가) 혼자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을 벗어놓고 실종됐다”는 등의 출처 불명의 ‘월북 근거’까지 제시하며 자진월북을 기초로 종합분석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김홍희

김홍희

검찰은 조만간 서훈 전 실장을 불러 피살 이튿날 두 차례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와 국정원에 보안 지침을 내려 피살 및 시신 소각 첩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는지, 국방부와 해경에 자진 월북 조작을 지시했는지를 규명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선 서 전 실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 9월 22일 오후 6시36분 이씨 북측 해역 발견, 9월 23일 오전 8시 30분 이씨 피살·시신 소각과 관련해 대면 보고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의 당시 지시 내용이나 지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현재로선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8일 감사원의 서면 질문서에 대한 답변 요청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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