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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중국 극초음속미사일에 미국의 첨단기술 300개 사용 정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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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0종 이상의 미국 첨단기술이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중국 기관·기업에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8월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발사해 미국을 놀라게 했던 중국이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미국 첨단기술을 입수해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초고속으로 비행해 지구 어느 곳이든 1~2시간 이내에 타격이 가능하다. 핵무기 탑재도 가능한데, 미국의 기존 미사일방어(MD)망으로는 탐지·요격이 어렵다.

WP는 중국 정부의 조달 데이터베이스와 공개된 계약서 등을 분석한 결과 2019년 이후 중개자를 거쳐 거의 50개에 이르는 미국 기업의 원천기술 300종 이상이 중국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기관·기업 수십 곳에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미국의 조나 테크놀로지와 메타콤은 미 국방부의 기술개발 지원 대상에 선정돼 각각 3160만 달러(약 448억원)와 1390만 달러(약 197억원)를 지원받았다. 사실상 미국민의 세금으로 개발한 첨단 군사기술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중국 무기체계 개발에 활용됐다는 의미다.

WP에 따르면 중국 군사 연구기관·기업에서 일하는 복수의 과학자는 “기술 격차를 미국 기술로 메우고 있다”며  “미국 기술이 중국 무기 발전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간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을 막기 위해 수출 통제를 강화해 왔으나, 주요 기술이 우회 경로로 흘러나가 중국 정부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중국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을 들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를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렸을 때 미국이 당혹해했던 ‘스푸트니크 쇼크’에 비유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영국군에서 전역한 조종사 30여 명을 고액 급여로 스카우트해 서방 공군의 전술과 전투기 운용법 등을 확보하고 있으며, 영국 당국은 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여긴다고 BBC·뉴욕타임스(NYT) 등이 17일 보도했다. 영국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BBC에 “군 전역 조종사들의 중국행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시작됐으며 최근 몇 달 동안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사 스카우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비행학교 중개로 특정 헤드헌터 업체가 주도하는 걸로 알려졌다. 영국 당국은 전역 조종사들에게 중국 이직을 자제하라고 권고하지만, 현행법으론 이들과 중국 간 계약을 막을 순 없다고 BBC는 지적했다.

BBC는 전역 조종사들의 중국 이직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27만 달러(약 3억8000만원)에 이르는 거액 보수 때문이라고 전했다. BBC는 “경험 많은 전역 조종사를 고용하면 서방 전투기 운용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대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에 매우 요긴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영국군 전역 조종사들이 중국에서 어떤 훈련에 관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직자 대부분은 일반 전투기 조종사로, 최신 F-35 스텔스기 경험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한 영국 관리는 “이직 조종사 중 스파이·공작 활동 등으로 공직기밀법을 위반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당국은 기밀 유출 등으로 첩보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퇴역 군인에 대한 재취업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BBC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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