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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짜리 국채선물 나온다…기획재정부 도입 간담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만기가 30년인 국고채 선물이 이르면 2024년 시장에 선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유형철 국고국장 주재로 ‘30년 국채 선물 도입 간담회’를 열어 이런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증권사ㆍ은행의 국채 전문 딜러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국채 선물은 국고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보유한 국채의 금리 변화로 손실이 예상될 때 국채 선물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주식ㆍ외환 선물과 비슷한 구조다. 현재 국채 선물은 3ㆍ5ㆍ10년 중단기물밖에 없다. 정부가 발행하고 있는 30년짜리 초장기 국채의 금리 변동 위험을 회피(헤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단 얘기다.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표시된 한국 국채 수익률.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표시된 한국 국채 수익률. 연합뉴스

기재부가 30년 초장기 국채 선물 ‘카드’를 들고나온 건 채권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투자를 유인하려는 목적이 크다. 지난해 기준 국채 30년물은 전체 발행액에서 26.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투자 위험을 줄일 선물 상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었다.

국내 보험업계의 요구가 특히 컸다. 수십 년 후 고객에게 지급할 돈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보험업계는 초장기 국채시장 ‘큰손’이다. 자산은 물론 부채까지 따져 보험사 재정 건전성을 따지는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내년 시행되는 만큼 금리 손실액을 줄일 초장기 국채 선물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청해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은 ‘전쟁터’ 그 자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속이 붙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영국ㆍ일본을 필두로 한 선진국 금융시장 불안까지.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채권시장 변동성은 극에 달했다. 이날 1년물을 제외한 국고채 2~50년물 전부가 연 4%를 기록할 만큼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는 중(채권 가격 하락)이다. 한국 국채시장에서 손을 털고 나가는 외국인이 그만큼 많다는 뜻도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8~9월 두 달 동안 20억 달러어치 가까운 채권을 국내 시장에서 팔고 떠났다(순유출). 20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돈값(금리)을 높게 쳐주고 있는데다 시장 불안까지 한층 커진 탓이다. 한ㆍ미 금리 역전, 가중되는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전망은 더 암울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 움직임도 바빠졌다. 등 돌린 투자자를 다시 끌어와야 해서다. 기재부는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30년 만기 국채 선물 도입을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간다. 시장 관계자, 전문가 협의체도 구성한다. 관련 제도 정비, 거래소 시스템 마련, 시장 조성 등 준비 과정을 거쳐 이르면 2024년 1분기(1~3월) 중 국채 선물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세ㆍ양도소득세 비과세 조치는 올해 소급해 시행한다. 관련 개정법은 내년 발효될 예정이지만 이달 17일부터 올해 말까지 투자분에 대해 미리 적용하는 내용이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함께 추진한다.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여기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새로 유입되는 효과가 난다. 이 지수를 관리하는 영국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 그룹은 지난달 한국을 일종의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요건을 충족한다면 내년 9월 편입이 가능하다.

기재부는 이런 조치를 포괄하는 ‘국채시장 중장기 로드맵’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 당국자는 “국채시장 선진화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 도입, 규제 완화를 꾸준히 추진할 계획”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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