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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재명이냐, 나는 김동연" 경기도 국감중 발끈한 사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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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1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의 화두는 ‘이재명’과 ‘양평 공흥지구’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민주당도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에 이어 같은 사안으로 재차 공방을 벌인 것이다. 이 대표와 관련된 질의가 계속 이어지자 김 지사는 “왜 자꾸 이재명을 언급하느냐. 나는 김동연”이라고 발끈했다가 사과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에 대한 이채익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이날 오후에 열린 경기남·북부경찰청 감사장에서 퇴장했다.

“자료 왜 안 주냐” 국감 시작 1시간 만에 파행 

여야는 시작부터 이 대표의 도지사 시절 자료 요구 미제출 등을 놓고 충돌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주 질의에 앞서 “경기도가 무차별적으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위원회 이름으로 김 지사를 고발할 것을 요구한다”고 공세를 시작했다. 민주당 이성만 의원 등 야당에서도 같은 불만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소속의 이채익 위원장은 “고발 문제는 여야 간사 간에 협의해 결론 내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국가 위임 사무나 보조금을 받지 않은 부분에 대한 자료 요구가 있지 않았나 싶은데 최대한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국회 행안위 야당 간사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채익 위원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1

국회 행안위 야당 간사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채익 위원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자료 제출 요구는 고성으로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이 별정직 공무원 채용 현황, 경기도 법인카드 및 업무추진비 내역 등 이 대표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자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친이재명계 핵심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수사기관에서나 요구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 법인카드가 국정감사와 무슨 상관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국감 무용론을 주장했다. 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도 “김동연 지사의 100일보다는 전임 지사에 대해 정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이 “김 지사는 물론 전 지사(이 대표)도 당연히 국감 대상”이라고 반박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장을 퇴장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간사는 “자료 제출 없이 국감 못한다. 연기해서 19일 다시 국회에서 개최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도 “야당이 국정감사를 방해하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자를 방탄하고 온몸으로 막으려고 다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위원장은 감사 시작 1시간만인 이날 오전 11시5분쯤 중단됐다 40여분 뒤 속개됐다.

국힘‘이재명’ 언급하자, 민주당 ‘양평 공흥지구’로 응수

 이후에도 여야의 충돌은 여전했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성남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함께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된 경기도의 감사 결과를 거론하며 “도지사 부인에 대한 의혹을 경기도가 감사하는 게 셀프 감사라 생각하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당 이만희 간사도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총 3억2000만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도한 대북 협력사업을 언급하며 적법 여부를 문제 삼았다. 같은 당 조은희 의원은 지난달 30일 화성시 제약공장 화재 당시 김 지사가 아주대 축구 시축 행사에 참석한 것을 언급하며 “5년 전 이천 쿠팡 화재 사고 당시 이 대표가 떡볶이 먹방을 한 것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조 의원이 계속 이 대표와 관련지어 질문하자“왜 자꾸 말꼬리를 잡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해석하느냐? 제가 이재명 얘기를 하고 있느냐? 나는 김동연”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이 “‘꼬투리 잡는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자 김 지사는 “사과드린다”며 한발 물러섰다. 추가 질의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의 경기도냐(장제원 의원)”고 발언하는 등 이 대표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요구에 대한 여야 공방이 이어지며 정회되고 있다. 뉴스1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요구에 대한 여야 공방이 이어지며 정회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처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로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경기도 감사에서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을 둘러싼 불법·위법 문제가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그래서 경기도가 사업자를 사기 등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 아니냐”며 “신속하게 규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문진석 의원도 경기도의 공흥지구 감사 결과를 거론하며 “최근 10년간 양평군에서 개발된 아파트 중 유일하게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다가 특혜 논란이 일자 양평군이 대선 전인 지난해 부랴부랴 1억8700만원을 부과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당 이해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2013년 4월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했는데 2014년 11월까지가 양평 공흥지구 도시개발 사업 기간이었다”며 “준공 허가를 그때 내야 했지만, 사업 기간이 1년 8개월이나 도과한 이후인 2016년 8월 실시계획 변경 인가도 안 내고 허겁지겁 소급을 해줬다. 윤 대통령과의 연관성도 분명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번 총선때 예비후보 사무실에서 했다는 “(대통령 당선인이) 장모님때문에 김선교가 고생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김 의원 당신만 보면 미안해. 허가 이렇게 잘 내주고” 등의 내용을 PPT로 소개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만희 간사는 “진위도 알 수 없는, 사업 시기에 지청장으로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 대통령 연루 의혹을 국정감사장에서 제기한 것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재명 도정 점검” 이채익 발언에 민주당 경찰 국감 퇴장

이날 오후에 열린 경기남·북부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파행은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 전원은 이 위원장이 경기도 국정감사를 마무리하면서 한 “이번 국감은 김동연 국감이 아닌 이 대표의 4년 도정을 점검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국감장을 나갔다.
민주당 김교흥 간사는 “대선후보였고, 한 당의 대표를 하는 분을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 마치 부패하고, 부정한 사람이라고 한 것은 당에 대한 모욕”이라고 항의하며 “위원장의 발언은 한쪽 정당에 대한 편파 발언이다. 민주당은 국감을 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간사는 “민주당의 태도에 실망스럽고, 분노까지 느껴진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도대체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힘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에 몇 번을 같은 양상으로 싸우냐”며 양당을 비난했다.

경찰 국감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집중됐다. 이 의혹을 처음 수사한 분당경찰서는 지난해 9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재수사에 착수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수사 결론을 뒤집고 이 대표에게 제삼자 뇌물공여 혐의를, 전 두산건설 대표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각각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분당경찰서가 부실수사를 했다”고 성토했다.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은 “당시 방대한 자료를 조사했고 현재 검찰 수사도 그 내용이 기초가 돼 결론을 낼 수 있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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