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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 노동자 사망에 소비자도 분노...SPC 불매운동 확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대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수사의 초점은 당시 해당 사업장이 안전 조치 의무를 다했는지에 모이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지난 15일 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근로자 A씨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지난 15일 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근로자 A씨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SPL 제빵공장 안전관리자에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18일 평택경찰서는 일단 평택 SPL 제빵공장의 안전관리 업무 관계자인 B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 소재 SPL 제빵공장에서 높이 1m 상당의 배합기를 이용해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 상반신이 배합기에 끼여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는 CCTV가 없어 경찰은 현장의 상태와 A씨 동료 및 업체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기계에 끼이게 된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부검은 유족이 원치 않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사망 원인은 설비에 낀 압착사로 추정되나 사망의 직‧간접적인 원인은 향후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 마련된 야외 분향소. 김남영 기자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 마련된 야외 분향소. 김남영 기자

SPC,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받나…“실질적 지배가 중요”

 고용부는 이와 별도로 15일 사고 이후 작업 중지를 명령했고, 현재 사업장 측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해당 사업장은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선 사업장의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를 다 했는지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처벌의 관건이 된다.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배합 기계에는 끼임 방지나 끼임 사고 발생 시 기계의 작동을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사고가 발생한 장치에는 방호장치가 없었다”며 지적했고 경찰 관계자는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명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와 연관된 2인 1조 작업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가 혼자 일하는 사이에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SPC 관계자는 “동료 작업자와 같이 근무했는데, 동료가 9분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명이 작업하다 한 명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한명이 자리를 비운 이유도 수사 및 조사 대상이다.

해당 사업장은 작업 중 사고가 수년째 이어져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고 재해자는 2017년부터 올 9월까지 37명에 달한다. 사고 유형으로는 끼임 사고가 15명(40.5%)로 가장 많았다.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했는지도 사업주의 책임을 다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관심은 모회사인 SPC의 사업주까지 중재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될지에 모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적용되는 법률이다. 손익찬 변호사는 “SPL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겠지만, 모회사인 SPC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SPL 사업장을 통제하고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SPC 관계자가 정기적으로 상주해 생산 라인 관리‧감독을 하고 있었는지, 근태 관리나 안전 관리에 관여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안전관리책임과 권한을 모두 자회사에 위임한 경우라면 모회사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안전관리에 관한 결정들을 해 나가는 권한을 누가 갖고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SPL의 안전관리책임이 SPC 사업주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국회도 이 점을 고려해 오는 24일 고용부 종합감사에서 SPC가 아닌 SPL의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사람 죽는 공장에서 만든 빵 안 먹어” SPC 불매운동 확산 

트위터 등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SPC 불매 게시물에 붙어 있는 SPC 유관 브랜드. 트위터 캡처

트위터 등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SPC 불매 게시물에 붙어 있는 SPC 유관 브랜드. 트위터 캡처

 SPC는 사고 이틀째인 지난 17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에선 SPC 불매운동이 불붙었다. A씨가 숨진 다음 날에도 기계 가동이 계속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SNS에선 “사람 죽는 공장에서 만든 빵 안 먹는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SPC가 운영 중인 브랜드 목록을 공유한 한 트위터 게시글은 이날 1만7000건 이상 공유됐다.

정치권도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유감을 표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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