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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히잡 벗고 파격 행보…이란 女선수 경기뒤 돌연 실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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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16일 국내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엘나즈 레카비(33) 선수. 사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유튜브 캡처

지난 10일~16일 국내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엘나즈 레카비(33) 선수. 사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유튜브 캡처

 국내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란 여성 선수가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나선 뒤 자취를 감춰 실종설이 제기됐다. 다만 주한 이란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가짜뉴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은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를 인용해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가 지난 16일부터 연락이 끊겼으며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레카비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잠원한강공원 스포츠클라이밍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IFSC 대회에 아시아 정상급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로 출전했다.

당시 레카비는 히잡 대신 볼더링 종목에선 자줏빛 헤어밴드를, 리드 종목에선 검정빛 헤어밴드를 착용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만 9세 이상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해야 하는 이란의 문화에서 이는 파격적인 행보일 수밖에 없다. 이란 여성은 또 국외에서 공식적으로 이란을 대표할 때 히잡 착용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 여성이 반이란 시위 도중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로이터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 여성이 반이란 시위 도중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로이터

일각에서는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에 항의하는 이란 여성들의 반정부 시위에 레카비가 연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3일 히잡 불량착용을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던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이란 여성들의 반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레카비는 해당 대회에서 4위에 머물렀으나, 히잡 착용 규정을 처음으로 어긴 이란 스포츠 선수로 주목받으며 네티즌들의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대회 이후 레카비가 돌연 지인들과 연락 두절되고 자취를 감추자 선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일부 보도에선 레카비가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채 일찍 소환됐다고 전했다.

BBC 월드서비스 이란 담당 라나라힘푸르는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계획보다 이틀 빨리 테헤란행 항공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란 반정부 성향의 온라인 매체인 ‘이란 와이어’는 레카비가 서울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거쳐서 테헤란으로 보내졌다고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주한 이란 대사관은 이날 트위터에 “레카비는 2022년 10월 18일 이른 아침 팀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라며 “주한 이란대사관은 엘나즈레카비 씨와 관련된 모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강하게 부정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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