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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휩쓰는 이란제 자폭드론…"러에 탄도미사일도 곧 공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란제 자폭 드론(무인항공기)이 미사일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군의 새로운 타격 수단이 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추가 제재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이란이 탄도미사일까지 러시아에 공급할 태세로 알려지는 등 미국에 적대적인 양국이 더 밀착하는 양상이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감행된 러시아의 드론공격에 민간인 주택이 파괴된 모습. 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감행된 러시아의 드론공격에 민간인 주택이 파괴된 모습. 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제공한) 값싸고 정교한 무기가 러시아로 하여금 우크라이나 도시와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자폭 드론은 이란제 샤헤드(Shahed)-136으로 평가된다. 비교적 저속으로 저공 비행하기에 육안으로 생김새를 식별할 수 있고, 후미에선 특유의 엔진 소리가 난다.

영국 국방 정보 분석기관 제인스의 제레미 비니 중동전문가는 “이란제 드론은 긴 사거리와 정확도를 자랑하는 일종의 값싼 순항 미사일”이라고 평했다. “미사일보다 격추가 용이하지만, 그 수로 방공망을 압도할 수 있다”면서다. 샤헤드-136은 동체 길이 3.5m, 무게는 200㎏로, 약 1550마일(2494㎞)을 날아 목표물을 타격한다. 가격은 대당 2만 달러(약 2854만원)에 불과해 개전 초부터 수천 발의 미사일을 쏟아부은 러시아군에 새 타격 수단이 됐다는 평가다. 순항미사일의 경우 가격이 보통 400만 달러(약 56억8700만원)에 달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란이 러시아에 수백 대의 드론을 공급할 것이라는 경고는 지난 7월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최근 들어 실전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28대의 이란제 자폭 드론이 날아든 뒤 5대가 목표물을 타격, 임신 6개월 차 임부가 사망하는 등 최소 4명이 사망했다. 18일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키이우 외에도 주요 도시 타격에 드론이 동원돼 전날 총 43대의 자폭 드론이 사용됐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러시아의 드론 공격 중 격추한 건 전체의 85% 정도다.

지난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샤헤드-136을 2400대 주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이란은 줄곧 “우린 전쟁 중인 양측 모두에 무기를 제공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군은 이란에서 수입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드론을 원래 이름 대신 게란-2(Geran-2)로 표기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이번 민간인 공격을 규탄하며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푸틴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이번 드론 공격을 미국은 강하게 비난한다”며 “이란은 러시아에 무인기를 공급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우린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 파는 것을 더 힘들게 할 것이다”고 했다. 베탄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31호 위반이라는 영국과 프랑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무인기 외에도 이란은 러시아에 지대지미사일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워싱턴포스트(WP)는 2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이란의 군사 기업이 최근 사거리 300∼700㎞ 단거리 탄도미사일 ‘파테-110′과 ‘졸파가르’를 러시아로 보내기 위해 선적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수출이 이뤄지면 개전 이후 러시아에 미사일 추가 공급이 이뤄지는 첫 사례다.

17일 NYT는 “이란이 러시아가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무기와 국제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놀랍도록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들은 국제적 고립과 국내 위기, 서방과의 갈등이라는 공통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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