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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주식 실망"뒤…전재수에게 시작된 '고단수 괴롭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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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산주 거래’를 비판한 전재수 의원을 두고 당내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이 대표는 지난달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현황에서 한국조선해양 주식 1670주, 현대중공업 주식 690주를 보유한 게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이 일자 지난 13일 전량 매각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친노 전재수의 직격 후폭풍…안민석 “갈치 정치 스멀스멀”

갈등은 전 의원이 지난 17일 “이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대선 패배 후) 뉴스도 못 보고 널브러져 있는데 혼자 정신 차리고 주식거래를 한다? 지지자들에게 실망스러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같은 날 신현영 의원도 “오해할 만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건 부적절했다”며 전 의원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간 이상민ㆍ조응천 의원 등 ‘쓴소리 의원’들이 이 대표를 비판한 적 있었지만, 비교적 점잖았던 두 의원이 비판에 나서자 당 내엔 미묘한 파문이 일었다. 더군다나 지난 대선 때 전 의원은 이 대표(당시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며 친문(친 문재인)과 친명(친 이재명)의 가교역할을 했고 신 의원은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맡은 전력이 있어, 둘 다 한때 '범 친명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당장 친명계가 적극적인 엄호에 나섰다. 안민석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구는 외부를 향해야지, 총알 한두 개가 내부를 향하게 되면 굉장히 치명적”이라며 “가을이 되니까 ‘갈치 정치’가 스멀스멀 올라온다”고 말했다. 그는 갈치 정치에 대해 “갈치는 갈치를 먹고 큰다”고 부연하며 “지금 시국의 이런 갈치 정치는 심각한 해당 행위”라고도 덧붙였다.

사회자가 ‘전 의원의 발언을 두고 한 말이냐’고 묻자 그는 “저는 전 의원을 굉장히 좋아한다. 저는 결코 전 의원이 갈치 정치인의 부류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 내엔 “현 시점에 이 대표를 비판한 당 내 정치인은 전 의원밖에 없지 않느냐”며 전 의원 견해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 18일 올라온 게시글. 사진 재명이네마을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 18일 올라온 게시글. 사진 재명이네마을 캡처

‘재명이네 마을’ 등 이 대표 지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전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유하며 문자 폭탄에 나섰다. 이들은 커뮤니티에 전 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유하며, “이름값처럼 재수 없는 짓만 골라서 한다”, “웬 반역행위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또 신 의원에 대해서도 “여자 전재수”라며 “철 지난 여름 수박(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설쳐댄다”고 공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 18일 올라온 게시글. 사진 재명이네마을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 18일 올라온 게시글. 사진 재명이네마을 캡처

당내 전재수 옹호론 분출…전재수도 “갈치 정치 비판은 ‘배부른 정당’ 모습”

개딸(개혁의 딸ㆍ이 대표 지지층) 등 친명계의 집단 공격에 당내에선 전 의원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전 의원은 자기 생각을 얘기한 거고 그럴 수 있는 것”이라며 “야당 지도자고 또 다음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분이 (주식을) 그렇게 관리했어야 했는지 저도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최재성 전 의원. 연합뉴스

최재성 전 의원. 연합뉴스

익명을 원한 중진 의원도 중앙일보에 “전 의원이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했는데, 안 의원이나 개딸이 그걸 비판하는 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와 같이 국방위에 몸담고 있는 의원도 “이 대표 본인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으니 매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는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를 열심히 도왔기에 충언으로 한 말”이라며 “이를 ‘갈치 정치’라고 이야기하는 당은 배부른 정당의 모습이다. 민주당의 가치와 노선에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이 대표 지지자들이 고단수로 괴롭히고 있다”며 “새벽 시간대에 전화벨 소리 두 번 정도만 울리게 하고 딱 끊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측도 난감…“안 의원 방어, 도움되지 않는다”

방산주 논란이 계속되는 데 대해 이 대표 측도 반기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평소에도 주식에 관심이 많은 이 대표가 대선 후 무직 시절 주식을 샀던 것”이라며 “당시는 국회의원 출마를 확정한 상태도 아니었고, 또 국방위에 간다는 계획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선 후 심사의뢰도 신청했고, 결국 전량 매각도 하지 않았느냐”며 “이미 조치가 끝난 사안에, 안 의원이 방산주 논란을 그렇게 방어하는 건 이 대표에게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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